대한민국 국적 자녀를 양육하는 외국인 부모의 안정적인 국내 거주를 돕고, 계절근로자 등을 겨냥한 브로커의 인권침해를 막기 위한 제도 개선이 추진된다. 현재 법무부 내부 지침으로 운영하는 외국인 인권보호 기구의 설치 근거를 법률로 격상하는 작업도 본격화한다.

법무부(장관 직무대행 차관 이진수)는 2026년 11월 3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제33회 외국인 인권보호 및 권익증진협의회를 열고 외국인·동포의 인권보호 정책 현황과 제도 개선 과제를 논의했다고 11월 4일 밝혔다. 차용호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이 장관 직무대행을 대신해 회의를 주재하고 민간위원 10명에게 위촉장을 수여했다. 2006년 출범한 협의회는 위원장인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을 비롯해 법무부·교육부·고용노동부·경찰청·재외동포청·대한법률구조공단 등 정부위원과 민간위원 10명을 합쳐 총 18명으로 구성된다.

이번 회의에서는 브로커 개입에 따른 계절근로자(E-8)와 호텔·유흥업소 종사 외국인의 인권침해 방지 방안을 핵심 안건으로 다뤘다. 대한민국 국적 자녀를 국내에서 실제로 양육하면서도 불안정한 체류 지위 탓에 고충을 겪는 외국인 부모의 거주 지원 방안도 테이블에 올랐다. 머니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6월 1일 신설된 법무부 이민자 인권·권익팀의 인권보호 추진 현황과 주요 과제도 이날 함께 공유했다.

법무부가 이 같은 대책 마련에 나선 배경에는 취약 외국인을 겨냥한 인권침해 사건이 끊이지 않는 현실이 있다. 2023년부터 2024년까지 발생한 강원 양구군 계절근로자 브로커 임금 착취 사건과 2025년 7월 전남 나주 벽돌공장 외국인 노동자 지게차 결박·학대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 체류 외국인은 약 270만 명이며 이 가운데 동포가 약 86만 명(약 32%)에 이르지만, 피해 외국인이 스스로 구제를 요청하는 비율은 극히 낮았다.

실제로 개편 전 최근 5년간 지방협의회 안건 147건 가운데 공무원이 직권으로 인지한 사건은 135건(92%)에 달한 반면, 외국인·동포가 직접 신고한 사례는 12건(8%)에 그쳤다. 이에 법무부는 3월 전국 출입국·외국인관서 19곳에 이민자권익보호관을 지정해 신고 창구를 상설화했고, 6월에는 전담 부서인 이민자 인권·권익팀을 정식 신설했다.

협의회는 출입국관리법상 인도적 사유나 인권침해 구제 절차가 인정되는 외국인에게 체류자격 외 활동허가, 체류기간 연장, 기타(G-1) 체류자격 변경 등을 심의·조치할 수 있다. 직전인 4월 10일 제32회 협의회에서는 고용주가 에어건으로 고압 공기를 쏴 장기 손상을 입은 피해 외국인 근로자에게 G-1 체류자격 변경과 취업 활동을 허가하고 스마일센터 심리치료와 범죄피해구조금을 연계했다. 2022년 공군 전투기 추락 사고 당시 바다에 뛰어들어 조종사를 구조한 스리랑카 국적 외국인에게도 범칙금을 면제하고 G-1 체류자격을 부여했다.

뉴스핌과 로이슈에 따르면 이날 참석 위원들은 관계기관 공조와 현장 특성을 반영한 정책 추진이 필수적이라는 데 뜻을 모았다. 인권침해 사전 예방부터 피해자 긴급 보호, 권리구제까지 이어지는 실질적 보호 체계를 한층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차 본부장은 “외국인·동포 인권보호는 우리 사회의 인권 수준을 높이고,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한 중요한 과제”라며 “위원들의 전문성과 현장의 다양한 의견을 바탕으로 이민자 인권보호 정책이 실효성 있게 추진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관심과 자문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앞으로 정책 자문과 권리구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현재 훈령·예규 등 내부 지침에 머물러 있는 협의회 설치 근거를 출입국관리법 본법에 규정하는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다. 제도가 정비되면 인권침해 피해 외국인을 대리하는 법조계에서도 전국 19개 관서의 이민자권익보호관 창구와 협의회 심의에 따른 임시 체류·취업 허가 구제 절차를 한층 폭넓게 활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