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피해를 입었음에도 상대 운전자가 과실을 인정하지 않고 보험 접수를 거부해 곤란을 겪는 운전자가 늘고 있다. 가해자가 책임을 회피할 때는 현장 증거를 바탕으로 경찰에 신고하고, 자신이 가입한 보험사로 선처리한 뒤 구상권을 청구하게 하는 방식이 신속한 피해 회복에 유리하다.

경찰 신고와 교통사고사실확인원 확보가 출발점

상대방이 과실을 전면 부인하거나 보험 처리를 미룬다면 가장 먼저 관할 경찰서에 정식으로 사고를 접수해야 한다. 현장 사진과 블랙박스 영상 등 객관적인 입증 자료를 경찰에 제출하고 조사를 거치면 가해자와 피해자가 구분된 '교통사고사실확인원'을 발급받을 수 있다.

교통사고사실확인원은 향후 과실비율 산정과 보험금 지급 분쟁에서 공적인 증거 자료로 활용된다. 민법 제750조는 고의나 과실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규정한다.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3조 역시 운행으로 타인을 다치게 한 경우 손해를 배상하도록 정하고 있다.

자차 선처리 뒤 보험사 대위 구상권 활용

상대방 보험사의 대물·대인 접수가 지연돼 치료비나 차량 수리비 지급이 막혔다면, 본인이 가입한 보험의 자기차량손해(자차) 및 자기신체사고(또는 자동차상해) 담보를 이용해 먼저 처리할 수 있다. 피해자가 자기 보험으로 손해를 보상받으면, 상법 제682조(제3자에 대한 보험대위)에 따라 보험사가 지급한 금액 한도 내에서 가해자 측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를 넘겨받는다.

보험사가 대신 가해자나 상대 보험사를 상대로 구상금 청구 절차를 밟으므로 피해자는 소송에 드는 시간과 비용 부담을 덜 수 있다. 다만 사고 양측 운전자의 보험사가 같은 회사라면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피해자가 직접 민사조정이나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상황인지 사전 검토가 필요하다.

분쟁심의위원회 거쳐 소송까지

보험사 간 과실비율 협의가 결렬되면 손해보험협회 '자동차사고 과실비율 분쟁심의위원회'에서 분쟁을 조정한다. 분심위 절차는 대표협의, 소심의, 재심의 단계로 진행되며, 심의 결과에 불복할 경우 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하게 된다.

손해보험협회 통계에 따르면 과실비율 분쟁심의위원회 심의청구 건수는 2022년 12만 965건에서 2024년 15만 6,812건으로 증가했다. 심의를 청구한 운전자의 82.8%가 본인을 피해자라고 주장할 만큼 당사자 간 인식 차이가 크다. 분심위를 거쳐 1심 소송으로 이어진 사건 중 약 85% 이상은 분심위 결정과 같은 결과로 판결이 확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