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도 모르는 사이 보이스피싱이나 사기 의심 거래에 연루돼 은행 계좌가 지급정지됐다면 다른 은행을 찾아가도 새 통장을 만들기 어렵다. 법령에 따라 사기이용계좌 명의인으로 등록되면 전 금융기관의 인터넷·모바일 뱅킹을 비롯한 비대면 거래와 신규 계좌 개설이 일괄 제한되기 때문이다.
통신사기피해환급법(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제4조는 피해구제 신청이 접수되거나 피해의심거래로 인정되면 금융회사가 지체 없이 사기이용계좌 전부에 지급정지 조치를 하도록 규정한다. 이어 같은 법 제13조의2에 따라 금융감독원 통지가 이뤄지면 명의인은 전 금융기관에서 전자금융거래 이용이 제한된다. 금융회사 역시 법 제2조의6에 따라 거래 목적 확인이 어렵거나 사기 연루가 의심되는 고객의 신규 계좌 개설을 거절할 수 있다.
사기이용계좌 적발 규모는 해마다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해 2026년 9월 30일 공개된 자료를 보면, 2026년 상반기 국내 8개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카카오·케이·토스뱅크)에서 지급정지된 사기이용계좌는 5만 9,291개에 달했다. 2025년 연간 총수치(8만 1,761개)의 72.5%를 반년 만에 넘어선 셈이다. 신규 개설 1만좌당 사기이용계좌 발생 비율은 KB국민은행이 7.3좌로 가장 높았고 카카오뱅크 4.8좌, 케이뱅크 4.5좌 순이었다.
이러한 일괄 제한 조치를 두고 헌법재판소는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법재판소는 2022년 6월 30일 사기이용계좌 전부에 즉시 지급정지를 가하도록 한 조항과 전 금융기관 전자금융거래를 제한하는 조항을 두고 재판관 전원일치 등으로 합헌 결정을 선고했다(2019헌마579). 범죄 피해금 인출을 신속히 막고 추가 범행을 방지할 공익이 크며, 정당한 권원을 소명할 구제 절차가 마련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중고거래 대금을 받았거나 이른바 '통장협박'에 걸려 억울하게 계좌가 묶인 명의인이라면 법이 정한 이의제기 절차를 밟아야 한다.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제7조 및 제8조에 따라 명의인은 해당 계좌가 사기에 이용된 것이 아니거나 재화·용역의 대가 등 정당한 권원으로 돈을 취득했음을 객관적으로 소명해 금융회사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소명이 받아들여지면 지급정지와 전자금융거래 제한이 함께 풀린다.
다만 대가를 받거나 약속하고 통장이나 체크카드, OTP 같은 접근매체를 넘겨준 사실이 드러나면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위반으로 형사처벌을 받게 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적용 대상을 금융회사에서 가상자산거래소까지 넓히고 가상자산까지 피해환급 대상에 포함하는 개정 특별법도 2026년 10월 1일부터 전면 시행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