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를 끝마쳤는데도 상대방이 연락을 끊고 공사대금을 주지 않는 분쟁이 건설 현장에서 반복되고 있다. 피해자들은 곧바로 사기죄 고소를 떠올리지만, 단순히 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했다는 사정만으로는 형사상 사기죄가 성립하기 어렵다.
사기죄(형법 제347조)가 인정되려면 계약 체결 당시부터 상대방을 속여 재산상 이익을 취할 의도, 즉 편취의 범의가 있었는지를 입증해야 한다. 계약 이후 자금난이나 경영 악화 등 사정 변화로 대금을 주지 못한 단순 채무불이행은 민사 소송 대상일 뿐 형사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2015도10570)의 확고한 태도다.
단순 채무불이행과 사기의 경계
실제 거래 과정에서 상대방이 대금 일부를 지급했거나 변제 기일을 구체적으로 약속한 정황이 있다면, 계약 당시 변제 의사가 있었다고 해석돼 사기죄 성립이 불투명해질 수 있다. 법원은 범행 전후 피고인의 재력과 거래 이행 과정 등 객관적 사정을 종합해 계약 시점의 지급 능력을 판단한다(2017도14104).
다만 발주처(원도급인)가 중간 시공업체에 공사대금을 모두 정산해 주었음에도 중간 시공업체가 하수급인에게 돈을 주지 않고 잠적·폐업했다면 법적 판단은 달라질 수 있다. 돈을 받고도 고의로 빼돌렸거나 다른 용도로 유용한 정황이 드러나면 사기죄는 물론 형법 제355조의 횡령이나 배임 혐의로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다.
계약서 없어도 증거 확보가 핵심
공사대금 회수의 기본은 민사 절차다. 서면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구두계약이라도 공사 의뢰 내용과 금액 협의가 담긴 문자메시지·메신저 대화, 시공 전후 현장 사진, 작업일지, 자재 구매 영수증, 일부 대금 입금 내역을 확보하면 법적 구제를 청구할 수 있다.
미지급 공사대금이 3,000만 원 이하인 경우 소액사건심판법에 따라 간이한 구제 절차를 밟을 수 있다. 법원에 지급명령을 신청하거나 소액사건심판을 제기하면 통상적인 민사 본안소송보다 적은 비용과 짧은 기간 안에 집행권원을 얻는다. 상대방이 연락 두절 상태라면 법원 사실조회나 주민등록초본 보정명령을 거쳐 인적 사항과 주소지를 파악해 소장을 송달해야 한다.
사해행위 취소와 직불 청구 검토
채무자가 강제집행을 피하려고 가족이나 타인 명의로 재산을 은닉했다면 민법 제406조의 사해행위취소소송으로 재산을 원상으로 돌려놓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아울러 건설산업기본법 제35조와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14조에 따라 발주자와 직불 합의가 있었거나 원도급업체의 지급정지 사유가 발생한 경우 발주자에게 직접 하도급대금을 청구하는 절차도 활용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