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상 배우자가 있다는 사실을 숨긴 채 미혼 상대방에게 접근해 결혼을 약속하고 고가의 프러포즈 반지나 예물 가방을 챙겼다면 형법상 사기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가해자가 강요하지 않은 연인 간의 자발적 선물이었다고 주장하더라도 인과관계가 인정되면 혐의를 벗기 어렵다.
과거 혼인을 빙자해 성관계를 맺은 행위를 처벌하던 구 형법 제304조 혼인빙자간음죄는 2009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이후 2012년 법 개정으로 삭제됐다. 단순한 변심이나 혼인 약속 불이행 자체를 형사처벌할 수는 없다. 다만 혼인 의사나 기혼 여부를 속여 금전이나 고가 물품 등 재산상 이익을 취득했다면 형법 제347조 사기죄가 적용된다. 형법 제347조는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실무상 기혼자가 혼인 사실을 숨긴 행위는 작위 또는 부작위 기망행위로 인정된다. 피해자가 상대방의 기혼 사실을 알았다면 고가의 예물이나 반지를 제공하지 않았을 것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명시적으로 요구하지 않았더라도 기망으로 착오를 일으켜 물품을 넘겨주었다면 기망행위와 재산 처분 사이의 인과관계가 성립한다.
수사 과정에서 가해자가 단순 선물이라고 변명하더라도 객관적 정황에 따라 배척될 가능성이 높다. 대전고등검찰청 수사사무관 출신인 이병창 법무사는 "기혼 사실을 속이지 않았다면 상대방이 고가의 예물이나 반지를 제공할 이유가 없으므로 기망이 재산 처분의 결정적 원인"이라며 "피해자가 프러포즈 독촉이나 예물 언급 대화 내역을 구비했다면 가해자의 단순 선물 변명은 수사기관에서 배척된다"고 설명했다.
피해를 입증해 고소를 진행하려면 구체적인 증빙 자료를 정리해야 한다. 상대방이 기혼 사실을 숨겼거나 미혼으로 행세한 대화 내역, 프러포즈를 종용하고 특정 물품을 요구한 메신저 대화와 통화 녹음, 해당 물품을 구매한 카드 매출전표나 금융거래 영수증을 날짜순으로 갖추는 작업이 필요하다.
형사 절차와 별개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하다. 법원은 기혼 사실을 숨기고 교제한 행위를 상대방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불법행위로 보고 민법 제750조 및 제751조에 따른 위자료 지급 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정식 고소장을 관할 경찰서에 접수하면 수사 과정에서 합의를 거쳐 피해품을 돌려받거나 손해를 배상받기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