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전이 필요한 서민에게 거래 실적을 만들어 대출을 받게 해주겠다며 일회용 비밀번호(OTP)나 통장 정보를 가로채는 보이스피싱 수법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상대방 요구에 따라 접근매체를 넘긴 뒤 계좌에 수천만 원이 입금되자 이를 단순히 보관하거나 전달했다가 사기 공범으로 몰려 형사처벌을 받는 사례가 잇따른다.
단순히 대출을 받으려 했을 뿐이라 하더라도 타인에게 계좌 접근매체를 넘겨 자금을 보관·유통하는 행위는 처벌 대상이다. 금융감독원은 2026년 8월 7일 소비자경보를 발령하고 "통장과 체크카드, 계좌 접근정보를 넘기는 순간 사기 범죄의 피해자가 아니라 형사처벌 대상인 피의자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출 미끼로 접근매체 넘기면 5년 이하 징역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은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 접근매체를 대여·보관·전달·유통하는 행위는 물론, 대가를 요구하거나 약속하며 접근매체를 넘기는 행위를 일체 금지한다. 이를 위반하면 같은 법 제49조 제4항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종전에는 대가를 약속한 대여 행위 위주로 처벌했으나, 2020년 5월 19일 법 개정으로 범죄 이용 목적의 전달·보관 행위까지 처벌 대상이 확대되고 법정형도 종전 3년 이하 징역에서 5년 이하 징역으로 상향됐다. 실제 경기 파주경찰서는 2026년 8월 24일 대출을 미끼로 피해자들의 은행 OTP 등 접근매체를 전달받아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세탁한 일당을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
형법상 사기방조 성립… 판례는 엄격한 고의 인정
접근매체를 제공해 보이스피싱 조직원의 범행을 도왔다면 형법 제347조(사기)와 제32조(종범)에 따른 사기방조 혐의도 피하기 어렵다. 사기방조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수사기관과 법원은 비정상적인 금융거래 과정에서 미필적 고의를 엄격하게 판단한다. 의정부지방법원은 단순 전달 업무인 줄 알았다며 불법성을 부인한 피고인에게 징역 2년 실형을 선고하며 비정상적 방식의 자금 이동을 인식한 책임을 무겁게 물었다. 대법원은 보이스피싱 범죄에 쓰일 것을 알면서 접근매체를 넘긴 사기방조범이 계좌에 들어온 피해금을 임의로 꺼내 쓰더라도, 사기 피해자와의 위탁관계가 없어 별도의 횡령죄는 성립하지 않고 불가벌적 사후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2017도3045).
계좌 정지와 금융거래 전면 차단… 즉시 자진 신고해야
형사처벌 외에 금융 제재도 뒤따른다.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사기이용계좌로 등록되면 해당 계좌를 포함한 전 금융회사 계좌의 비대면 금융거래가 중단되고 신규 계좌 개설이 제한된다.
금융감독원은 정부기관이나 제도권 금융회사가 문자나 전화로 대출을 권유하며 실적 증빙용 선입금이나 OTP 번호 제공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속아서 계좌 정보를 넘겼거나 출처를 알 수 없는 뭉칫돈이 입금됐다면 임의로 인출·이체하지 말고 즉시 112(경찰청), 1332(금융감독원) 또는 해당 금융회사에 신고해 계좌 지급정지를 요청해야 피해를 막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