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미한 자동차 접촉사고를 낸 뒤 보험료 할증을 피하고자 피해자의 치료비를 직접 물어내려는 운전자가 적지 않다. 그러나 한방 진료비 급증으로 대인 치료비가 수백만 원에 달할 수 있어, 섣부른 환입 처리가 오히려 더 큰 금전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손해보험업계와 손해사정업계에 따르면 자동차보험 대인사고는 피해자의 상해등급이나 내원 횟수에 따라 지급 보험금이 결정된다.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시행령상 가장 가벼운 부상인 14급(단순 염좌·타박 등)은 책임보험(대인배상Ⅰ) 한도액이 50만 원이며, 부상위자료 기준액은 1인당 15만 원으로 책정돼 있다. 하지만 침, 뜸, 부항, 추나요법, 약침 등을 한 번에 시행하는 한방 의료기관의 이른바 세트 청구와 통원 치료가 이어지면 1인당 치료비는 수십만 원에서 100만 원을 훌쩍 넘어서기 일쑤다.

대형 손해보험 4사 기준 경상환자(12~14급) 1인당 평균 치료비는 한방병원의 경우 2020년 85만 6,000원에서 2025년 108만 3,000원으로 26.5% 급증했다. 같은 기간 양방병원이 33만 8,000원에서 35만 5,000원으로 5.0%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서도 연간 자동차보험 한방 진료비는 2025년 기준 1조 6,972억 원을 기록하며 의과 진료비(1조 1,065억 원) 규모를 크게 웃돌았다.

운전자들이 이용하는 보험금 환입제도는 사고로 보험사가 피해자에게 지급한 대인·대물 보험금을 계약자가 만기 갱신 전에 보험사에 되갚아 사고 기록과 요율 할증을 원상 복구하는 제도다. 경미한 접촉사고라도 대인 접수가 이뤄지면 사고점수 1점이 부과돼 향후 3년간 보험료 할인 유예 및 할증이 적용되다 보니 환입을 고려하는 운전자가 많다.

문제는 피해자의 치료가 끝나기 전에는 최종 치료비와 합의금을 미리 확정할 수 없다는 점이다. 탑승자가 2명 이상인 상태에서 한방 통원 치료를 지속할 경우 최종 지급보험금이 수백만 원으로 불어날 수 있다. 이 경우 사고 기록을 없애기 위해 내야 할 환입 금액이 향후 3년간 부담해야 할 보험료 할증 누적액보다 훨씬 커져 환입 실익이 사라진다.

정부는 과잉 진료를 막기 위해 2023년 1월부터 상해 12~14급 경상환자의 치료비 중 대인배상Ⅰ을 넘는 금액은 본인 과실비율만큼 자비로 부담하도록 약관을 개편했다. 아울러 4주를 초과하는 치료에는 진단서 제출을 의무화했고, 8주를 넘길 경우 공적 기구 심사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대책을 추진 중이다.

전문가들은 접촉사고 발생 직후 곧바로 환입을 신청하기보다는 피해자의 진료가 완전히 종결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사고 처리가 끝난 뒤 보험사에 최종 지급보험금 총액과 무환입 시 3년간 예상되는 갱신보험료 할증 차액을 서면이나 유선으로 확인하고, 만기 갱신 30~60일 전 득실을 꼼꼼히 비교해 환입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