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에게 거액을 빌려줬으나 약속한 날짜가 지나도 돈을 갚지 않고 연락을 끊어버리는 금전 분쟁이 잇따르고 있다. 상대방이 잠적했다고 해서 무작정 기다리거나 법적 강제력이 없는 조치에 매달리면 재산 회수 기회를 놓치기 쉽다.
개인 간 금전거래는 민법 제598조에 따른 소비대차 계약에 해당한다. 채무자가 약정한 변제기를 지키지 않고 잠적했다면 채권자는 신속히 법적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흔히 쓰는 내용증명은 변제 요구 사실과 기한을 입증하는 증거일 뿐, 그 자체로 채무자 재산을 강제집행할 효력은 없다.
차용증을 따로 쓰지 않았더라도 대여금 청구는 가능하다. 돈을 송금한 계좌이체 내역과 돈을 빌려달라고 요구한 메신저 대화, 갚겠다고 약속한 문자메시지나 통화 녹취 등이 있으면 대여 사실을 증명할 수 있다. 채무자 인적사항과 주소가 명확하고 다툼의 여지가 적다면 지급명령을 신청할 수 있다. 반면 상대방이 채무를 부인할 가능성이 크다면 법원에 대여금 반환청구 소송을 내야 한다.
판결을 받아도 채무자 명의의 재산이 없으면 집행이 불가능하다. 소송 진행 중 채무자가 부동산이나 예금, 임대차보증금을 빼돌리지 못하도록 민사집행법 제276조에 따른 가압류를 신청해 두는 절차가 필수다. 판결이나 지급명령이 확정되면 집행권원을 바탕으로 채무자 재산명시를 신청하거나 강제집행에 나설 수 있다.
민사소송과 별도로 형사고소 가능성도 따져봐야 한다. 형법 제347조는 사람을 기망해 재물을 교부받은 자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대법원은 돈을 빌릴 당시 갚을 능력이나 의사가 없었거나 용도를 속인 경우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본다(2003도5382 판결 등).
다만 돈을 빌린 뒤 사정이 어려워져 갚지 못한 단순 채무불이행은 사기죄로 처벌하기 어렵다. 대법원은 차주가 허위사실을 알리지 않았고 대주 역시 신용상태를 알고 빌려준 사안에서는 편취 고의를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2015도11428 판결). 채무자가 처음부터 갚을 자력이 없었는지, 차용 목적을 속였는지 입증할 정황을 확보하는 일이 관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