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만에 보이스피싱 조직원이나 가담자가 붙잡혀 형사재판에 넘겨졌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피해자에게 가장 시급한 과제는 피해금 회수다. 법조계에서는 피고인이 특정됐다고 해서 곧바로 비용과 시간이 드는 민사 손해배상 소송을 내기보다, 형사공판 절차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제도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가장 먼저 검토해야 할 절차는 형사재판부에 신청하는 배상명령이다.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5조와 제26조에 따르면 사기죄 등 재산범죄 피해자는 형사재판 제1심이나 제2심 변론이 종결되기 전까지 법원에 배상명령을 신청할 수 있다. 별도의 인지대가 들지 않으며, 유죄 판결과 함께 확정된 배상명령은 소송촉진법 제34조에 따라 민사 판결 정본과 동일한 집행력을 갖는다.

신청에 앞서 피고인의 공소사실과 역할을 파악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형사소송법 제294조의4에 따라 피해자는 사건번호를 확인한 뒤 법원에 공판기록 열람·등사를 신청해 공소장을 받아볼 수 있다. 공소장에 적힌 범죄사실을 통해 붙잡힌 피고인이 총책인지, 유인책인지, 현금수거책인지, 계좌 명의인인지 확인해야 배상 청구의 방향을 잡을 수 있다.

다만 배상명령이 모든 사건에서 인용되는 것은 아니다. 소송촉진법 제32조는 피고인의 배상책임 유무나 범위가 명백하지 않은 경우 법원이 신청을 각하하도록 규정한다. 점조직 형태로 운영되는 보이스피싱 특성상 하부 가담자의 책임 비율이 쟁점이 되면 형사재판부가 배상명령을 각하할 수 있다. 손권 변호사는 지식검색 답변에서 "배상명령이 각하되더라도 돈을 받을 권리가 사라진 것은 아니므로, 별도 민사소송으로 전환해 다투면 된다"고 설명했다.

범행에 직접 가담하지 않고 계좌를 빌려준 통장 명의인에게도 민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대법원은 타인에게 통장이나 체크카드를 넘긴 계좌 명의인이 보이스피싱 범행을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더라도, 불법행위에 사용될 수 있음을 예견할 수 있었다면 민법 제760조에 따른 과실에 의한 방조 책임을 인정한다. 다만 법원은 피해자의 과실 여부나 대가 수수 경위 등을 참작해 명의인의 배상 책임을 피해액의 일정 비율로 제한하기도 한다.

판결이나 배상명령으로 집행권원을 확보했음에도 피고인이 돈이 없다며 버틴다면 강제집행 절차를 밟아야 한다. 채권자는 민사집행법에 따라 법원에 재산명시를 신청하거나 금융기관·부동산 등을 상대로 재산조회를 진행할 수 있다. 이후 찾아낸 예금 채권이나 급여를 압류하고 부동산 강제경매 등을 거쳐 실제 피해금을 회수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