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에 상속포기를 신고해 수리 심판을 받았더라도 고인 소유의 차량이나 부동산 등 상속재산을 본인 명의로 넘겨 매각하면 상속포기 효력이 사라지고 빚을 전액 떠안을 수 있다. 법률상 상속재산 처분이나 부정소비 행위로 인정되면 상속을 단순승인한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민법 제1019조 제1항에 따르면 상속인은 상속개시가 있음을 안 날부터 3개월 이내에 단순승인이나 한정승인 또는 포기를 할 수 있다. 다만 상속포기 결정을 받았더라도 민법 제1026조가 정한 법정단순승인 사유에 해당하면 상속인은 제한 없이 피상속인의 모든 권리와 의무를 승계한다.

실무에서 자주 발생하는 문제는 상속포기 이후 가족 간 합의로 고인의 재산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비롯된다. 배우자가 상속을 포기한 뒤 후순위 상속인들이 고인의 은행 빚을 대신 갚고 남은 차량을 배우자 명의로 이전해 제3자에게 매각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 경우 상속포기자가 상속재산을 임의로 처분한 꼴이 되어 단순승인으로 간주될 위험이 크다.

대법원은 상속포기 절차 전후의 재산 처분에 책임을 엄격히 묻는다. 대법원은 상속포기 신고 후 심판 고지 전에 화물차량을 매각한 사안에서 처분행위에 해당해 단순승인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며 채무 변제 책임을 인정했다(2013다73520). 상속포기 심판 효력이 발생한 이후라도 재산을 은닉하거나 부정소비한 때에는 상속포기 효력이 번복될 수 있다(2003다63586).

이러한 법적 분쟁이 발생하면 차량을 매수한 제3자는 등록을 마친 선의의 거래자로서 보호받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처분을 진행한 상속인은 고인의 미확인 채무를 고스란히 갚아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채무를 대신 갚아준 후순위 상속인과의 관계가 틀어지면 구상금 청구 소송 등 2차 분쟁으로 번질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상속포기 결정을 받은 상속인이라도 고인 명의 재산에는 일절 손을 대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미 상속재산을 처분한 상황이라면 고인의 금융채무 완제 여부와 추가 채권자 존재 여부를 조회하고, 채무 변제 내역서와 금융거래 증빙자료를 미리 확보해 소송에 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