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를 앞둔 근로자가 남은 연차휴가를 다 쓰지 못했을 때, 사내에서 "연말까지 쓰지 않으면 소멸한다"는 안내를 받았더라도 퇴직 시점에 미사용 연차수당을 청구해 받을 수 있다.
근로기준법상 적법한 사용촉진 절차를 밟지 않은 단순 사내 공지나 구두 권고는 법적 면책 효력이 없다. 사업주가 수당 지급을 거부하면 임금체불에 해당한다는 취지다.
단순 사내 공지는 법적 효력 없어
근로기준법 제60조에 따라 근로자는 1년간 80% 이상 출근하면 15일의 유급휴가를 취득한다. 대법원은 연차휴가 사용권이 소정근로를 마친 대가로 확정 취득하는 권리이므로, 근로자가 휴가를 쓰지 못하고 퇴직하더라도 수당을 청구할 권리는 그대로 남는다고 판결했다(2003다48549).
근로기준법 제61조는 사용자가 연차수당 지급 의무를 면제받기 위한 요건으로 엄격한 '서면 촉진' 절차를 규정한다. 사용자는 연차 사용 기간 만료 6개월 전을 기준으로 10일 이내에 개별 근로자별 미사용 일수를 '서면'으로 알리고 사용 시기를 정하도록 촉구해야 한다. 근로자가 10일 안에 시기를 정하지 않으면 만료 2개월 전까지 사용자가 시기를 지정해 서면 통보해야 한다.
사내 메신저나 게시판 공지, 단순 구두 권고는 법이 정한 개별 서면 촉구 요건을 갖추지 못해 연차수당 지급 의무가 면제되지 않는다. 회사가 적법하게 촉진 절차를 밟았더라도 근로자가 지정된 휴가일 이전에 퇴사해 휴가를 쓰지 못했다면 보상 의무가 유지된다(고용노동부 행정해석 임금근로시간정책팀-194).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 정산해야
한국공인노무사회 상담 답변 등에 따르면 법정 서면 촉진을 거치지 않은 사업장에서 중도 퇴직으로 소진하지 못한 잔여 연차는 연차유급휴가미사용수당으로 전액 정산 대상이다. 이기쁨 공인노무사는 "퇴직 전까지 사용하지 못한 연차휴가는 수당으로 지급된다"고 설명했다.
근로기준법 제36조에 따라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임금과 퇴직금, 연차수당을 비롯한 모든 금품을 청산해야 한다. 당사자 간 기일 연장 합의 없이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않으면 근로기준법 제109조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퇴직 시 미사용 연차수당을 받지 못한 근로자는 관할 고용노동관서에 임금체불 진정을 제기해 권리구제를 신청할 수 있다. 기업 인사노무 담당자 역시 내부 취업규칙이나 관행상의 '연말 자동 소멸' 규정만 믿고 수당을 제외했다가 형사처벌을 받지 않도록 정산 내역을 점검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