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저당권이 없는 '무융자' 매물에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이 가능하다고 해서 전세사기 위험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권리관계가 깨끗한 집을 계약하고 보증보험 요건을 갖췄더라도, 법률상 권리 발생 시차나 계약 해지 절차상의 미비점으로 인해 보증기관의 대위변제가 거절되는 분쟁이 실무에서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임차인이 가장 먼저 주의해야 할 위험은 대항력 발생 시차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1항에 따르면 임차인의 대항력은 주택의 인도와 주민등록(전입신고)을 마친 '다음 날 0시'부터 발생한다. 반면 금융기관의 근저당권 설정 등기는 접수 당일 주간부터 즉시 효력을 갖는다. 무융자 특약을 맺고 잔금을 치렀더라도, 집주인이 잔금 지급 당일 은행 대출을 실행하면 근저당권이 1순위가 되고 임차인은 후순위로 밀려 보증보험 가입이 취소되거나 효력을 잃게 된다.
계약 만기 전후의 절차적 하자도 보증금 반환을 가로막는 주요 원인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 제1항에 따라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 임대인에게 갱신거절 통지가 적법하게 도달하지 않으면 계약이 묵시적으로 갱신된다. 임대인이 잠적하거나 구속돼 해지 통지서가 송달되지 못하면 묵시적 갱신으로 간주돼 HUG 보증사고 접수 자체가 거절되거나 공시송달 등 법적 절차로 처리가 지연될 수 있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채 이사를 서두르는 행위도 치명적이다. HUG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약관상 임차인이 대항력이나 우선변제권을 상실하면 공사의 보증채무 이행 책임이 면책된다. 따라서 법원에 주택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한 뒤 반드시 등기부등본에 임차권등기가 등재된 것을 확인하고 짐을 빼거나 주소지를 옮겨야 보증금을 안전하게 돌려받을 수 있다.
임대인의 허위 계약서 제출 등 사기 행위로 HUG가 보증을 일방 취소하면서 벌어지는 분쟁도 적지 않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4년 11월 임대인의 사기 행위를 이유로 임차인의 귀책 없이 보증을 취소하는 HUG 약관 조항에 대해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6조 위반으로 시정권고를 처분한 바 있다. 법원 역시 임차인에게 과실이 없다면 공사의 일방적 보증 취소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는 추세지만, 법적 다툼이 발생하면 보증금 회수까지 장기간의 소송 부담을 피하기 어렵다.
전세사기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계약서 작성부터 잔금, 퇴거 단계까지 빈틈없는 대비가 요구된다. 계약 시에는 '잔금일 익일까지 등기부상 권리관계를 유지하며, 위반 시 계약을 무효로 하고 손해배상한다'는 특약을 명시하고 잔금 당일과 다음 날 등기부등본을 재확인해야 한다. 만기 시에는 최소 2개월 전에 내용증명이나 문자메시지 등으로 계약 해지 의사를 명확히 전달하고 수신 여부를 남겨두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