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자금대출과 서민금융대출, 청약담보대출 등 빚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불어난 채무자들은 법원의 개인회생이나 신용회복위원회의 채무조정을 찾는다. 겉으로 드러난 총채무액만 보면 채무 감면과 분할 상환이 가능해 보이지만, 전세보증금과 청약통장이 얽힌 구조를 면밀히 분석하지 않고 신청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전세자금대출 3억1,200만 원과 연체이자 1,400만 원, 서민금융대출 1,400만 원과 연체이자 200만 원, 청약담보대출 4,500만 원 등 채무가 약 4억 원에 달하고 전세보증금 3억9,000만 원을 보유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일반 신용대출과 달리 전세대출과 예금담보대출은 담보권과 보증기관의 구상권이 얽혀 있어 산정 방식이 완전히 달라진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80조에 따르면 채무자가 보유한 임차보증금 반환채권은 원칙적으로 개인회생재단에 속하는 재산으로 평가된다. 문제는 채무자회생법 제614조가 규정한 청산가치 보장의 원칙이다. 채무자가 개인회생 절차에서 변제하는 총액의 현재가치는 파산 시 채권자들에게 배당될 재산 가치, 즉 청산가치 이상이어야 한다.

전세대출에 한국주택금융공사나 SGI서울보증 등의 보증서 발급과 함께 보증금 반환채권에 질권 설정이나 채권양도가 이뤄졌다면 담보된 대출금액만큼 청산가치에서 제외될 수 있다. 반면 별도의 담보 설정 없이 신용 보증서만으로 대출이 실행된 상태라면 보증금 3억9,000만 원 전액이 채무자의 순재산으로 잡혀 월 변제금이 소득 대비 과도하게 산정되거나 신청이 기각될 수 있다.

청약담보대출 역시 주의해야 한다. 채무자회생법 제586조에 따라 담보권자는 별제권을 행사할 수 있으므로, 연체가 지속되면 은행은 개인회생 절차와 무관하게 청약통장 예금과 대출금을 상계 처리한다. 이 경우 장기간 유지해 온 주택청약종합저축 통장의 효력이 상실될 위험이 있다.

신용회복위원회의 신속채무조정이나 개인워크아웃을 검토할 때도 한계가 있다. 서민의 금융생활 지원에 관한 법률 제72조 및 제74조에 따른 신복위 채무조정은 협약에 가입된 금융회사의 무담보 채무를 주된 대상으로 삼는다. 예금담보대출이나 별제권성 채무, 보증기관의 대위변제가 수반되는 전세대출은 일반 신용대출처럼 원금 감면이나 장기 분할상환 혜택을 온전히 받기 어렵다.

연체 상태에서 추가 대출이나 카드 돌려막기로 대응하는 방식은 위험을 키울 뿐이다. 채무자는 개인회생이나 신용회복위원회를 선택하기 전에 전세계약 명의, 보증금 질권 설정 여부, 보증기관의 종류, 청약통장 잔액 및 월 실수령 소득을 꼼꼼히 확인하고 법률 전문가의 상담을 거쳐 절차를 밟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