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약 만기를 앞두고 임대인에게서 갑작스럽게 개인회생 신청 통보를 받는 세입자가 늘고 있다. 이사를 계획했던 세입자는 전세보증금을 전액 떼이는 것이 아닌지 불안해하기 쉽지만, 현행법상 요건을 갖췄다면 권리 자체를 일방적으로 잃지는 않는다.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대항요건(주택 인도와 주민등록 전입신고)과 확정일자를 갖춘 임차인은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415조와 제586조에 따라 해당 주택을 상대로 별제권에 준하는 권리를 갖는다. 임대인이 개인회생 절차를 밟더라도 우선변제권 한도 안의 보증금 반환채권은 회생계획으로 임의 감면되거나 탕감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대법원 역시 대항요건과 확정일자를 갖춘 임차인의 우선변제권은 법정담보물권적 성격을 지녀 개인회생 절차에 구속되지 않고 보호받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임대인의 회생 통보를 받은 세입자가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섣부른 이사나 전출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와 제4조에 따라 임차인은 보증금을 모두 돌려받을 때까지 주택 인도를 거부하고 계속 거주할 권리가 있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채 다른 곳으로 주소를 옮기거나 짐을 빼면 기존에 얻었던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잃어 일반 무담보 개인회생채권자로 전락할 위험이 따른다.

이사 일정을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면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3에 따른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해야 한다. 법원에 신청서를 낸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관할 등기소에서 등기부등본에 임차권등기가 실제로 기재된 것을 확인한 뒤 퇴거해야 종전의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유지된다.

임대인의 실제 회생 진행 여부와 채권자목록도 꼼꼼히 대조해야 한다. 세입자는 임대인에게 법원명과 개인회생 사건번호를 요구해 사건 진행 단계를 조회하고, 법원에서 송달되는 서류를 통해 개인회생채권자목록에 본인의 보증금 채권이 누락 없이 별제권부 채권 등으로 적혔는지 살펴야 한다. 누락이나 오류가 있다면 정해진 이의기간 안에 권리를 소명해야 불이익을 피할 수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나 한국주택금융공사(HF), SGI서울보증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에 가입한 세입자라면 신속한 보증사고 접수가 최우선이다. 계약 만료 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을 때 지체 없이 보증기관에 연락해 사고접수 요건과 임차권등기 완료 서류 등을 확인하고 이행청구를 진행해야 전세금을 대위변제받을 수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역전세 여파로 전세사기와 보증금 미반환 사고도 이어지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이용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와 HUG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6월부터 2026년 8월 말까지 지자체에 접수된 전세사기 피해 신청은 누적 7만 1,857건(인정 4만 936건)에 달했다. HUG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 대위변제액 역시 2023년 3조 5,544억 원, 2024년 3조 9,948억 원, 2025년 1조 7,935억 원을 기록하며 누적 12조 414억 원(2026년 7월 말 기준)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