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계약이 끝났는데도 집주인이 다음 세입자가 들어와야 돈을 준다며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새집 잔금 지급과 전세대출 상환 일정이 맞물린 세입자가 서둘러 짐을 뺐다가는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낭패를 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3은 임대차가 끝난 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이 관할 법원에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핵심은 임차권등기가 부동산 등기부등본에 실제로 기입을 마쳐야만 주택을 비우거나 전출하더라도 기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유지된다는 점이다.

등기 완료 전 짐 빼면 대항력 즉시 상실

임대차 실무에서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실수는 법원에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한 직후 접수증만 믿고 이사하는 경우다. 현행 법체계상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대항력이 유지되지 않는다.

대법원은 임차인이 기존에 대항력을 갖추었더라도 임차권등기가 마쳐지기 전에 주택의 점유를 상실하면 기존 대항력이 즉시 소멸한다고 판단했다(2024다326398 판결). 퇴거 후 뒤늦게 임차권등기가 완료되더라도 과거 대항력이 소급해 살아나지 않는다. 등기가 마쳐진 시점부터 별개의 새로운 대항력이 발생한다는 취지다. 점유 상실과 등기 완료 사이에 근저당권이 설정되거나 경매가 진행되면 세입자는 낙찰자에게 대항력을 주장할 수 없다.

송달 전 등기 가능해졌지만 기입 확인은 필수

과거에는 임차권등기명령 결정문이 집주인에게 송달되어야 등기가 실행돼 집주인이 송달을 회피하면 수개월간 이사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 2023년 7월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되면서 임대인에게 결정이 송달되기 전이라도 법원이 직권으로 등기소에 임차권등기 기입을 촉탁할 수 있게 됐다.

절차가 빨라졌더라도 신청서 접수와 등기부 기입 완료는 법적으로 전혀 다르다. 김수금 민사전문변호사는 네이버 지식iN 상담에서 "집주인이 다음 세입자가 들어오면 주겠다고 하더라도 이는 집주인의 사정일 뿐 세입자가 기다릴 의무는 없다"며 "반드시 실제 임차권등기가 완료된 것을 등기부등본으로 확인한 뒤 기존 주택에서 전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보증금 미반환 시 대출·소송 단계적 대응

계약 만기일에 보증금을 받지 못했다면 먼저 집주인에게 만기 통지와 함께 미반환 시 임차권등기명령 및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의사를 내용증명이나 문자로 남겨야 한다. 임차권등기명령 신청과 등기에 들어간 비용은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3 제8항에 따라 임대인에게 전액 청구할 수 있다.

기존 보증금 반환을 조건으로 새집 대출을 승인받은 금융소비자라면 일정 조정에 특히 유의해야 한다. 등기 완료 전에 새집으로 전입신고를 옮기면 기존 주택의 권리를 잃고, 반대로 전입신고를 미루면 신규 대출 조건 위반이 발생할 수 있다. 반환 지연이 장기화되면 지급명령이나 보증금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해 승소 판결을 받고 강제집행을 검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