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전셋집을 구하는 경우 외에도 이미 거주 중인 집의 전세보증금을 담보로 급전을 마련하려는 임차인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제1금융권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와 생활안정자금 규제로 은행 문턱이 높아지자 저축은행과 캐피탈 등 제2금융권으로 발길을 돌리는 세입자가 늘어난 영향이다.

거주 중인 상태에서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을 담보로 실행하는 대출은 주로 제2금융권에서 취급한다. 통상 전세보증금의 80%에서 85% 한도 안에서 대출이 이뤄지며, 임대차 잔여기간이 최소 6개월 이상 남고 전세보증금이 4,000만~5,000만 원 이상이어야 심사 대상에 오른다. 금리는 금융사와 차주의 신용점수에 따라 상호금융권 연 4.8%대부터 캐피탈 연 7.2%대 이상까지 차등 적용된다.

집주인 동의와 채권보전 조치 필수

임차인이 보증금 담보대출을 받으려면 임대인(집주인)의 동의와 통지 도달이 필수다. 금융기관이 대출금을 안전하게 회수하고자 임차보증금 반환채권에 질권을 설정하거나 채권을 양도받는 채권보전 조치를 취하기 때문이다.

민법 제345조와 제349조에 따르면 전세보증금 반환채권과 같은 지명채권에 질권을 설정할 때는 채권자가 제3채무자인 임대인에게 통지하거나 임대인이 이를 승낙해야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 민법 제450조 역시 지명채권 양도는 확정일자 있는 증서로 통지하거나 승낙을 받아야 대항력이 생긴다고 규정한다. 집주인의 유선 확인이나 내용증명 수령, 서면 승낙이 없으면 대출 승인이 나지 않는다.

만기 시 금융기관 반환 원칙…세입자에 주면 이중변제 위험

임대인 역시 질권설정 통지를 받았다면 임대차 종료 시 보증금 반환 절차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임대인이 금융기관에서 질권설정 통지를 받았음에도 계약 만료 후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직접 돌려줬다면, 금융기관을 상대로 변제 효력을 주장할 수 없어 금융기관에 보증금을 다시 지급해야 하는 이중변제 책임을 지게 된다.

질권이 설정된 전세계약이 끝나면 임대인은 밀린 월세나 관리비, 원상복구 비용 등을 공제한 잔여 보증금을 임차인이 아닌 질권자인 금융기관 계좌로 직접 입금해야 법적 분쟁을 막을 수 있다. 금융감독원은 질권설정이 임대인의 부동산 소유권이나 개인 신용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며, 보증금 반환 대상이 금융기관으로 바뀌는 절차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높은 금리와 중도상환수수료 따져봐야

세입자 또한 2금융권 보증금 담보대출을 이용할 때 신중해야 한다. 1금융권 전세자금대출보다 금리가 연 7~8%대 이상으로 높게 형성될 수 있고, 중도상환수수료 등 부대비용 부담도 크다.

국회 정무위원회 한민수 의원은 은행권의 대출 한도 축소와 잦은 규제 변동 탓에 긴급 생활자금이 필요한 실수요 서민들이 2금융권으로 밀려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대출 신청 전 임대인과 사전 협의를 거치고, 본인의 상환 능력과 금리 조건을 면밀히 점검한 뒤 자금을 융통해야 한다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