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제 중 연인에게서 받은 선물과 생활비, 데이트 비용은 헤어졌다는 이유만으로 돌려줄 법적 의무가 없다. 호의로 건넨 물품이나 비용은 민법상 증여에 해당한다. 상대방의 위협에 못 이겨 돈을 갚겠다고 답했더라도 법적으로 취소할 수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일치된 설명이다.
20대 초반 여성 A 씨는 교제 중 전 남자친구 B 씨로부터 주택 임대차보증금 500만 원을 빌렸다. A 씨는 이별 전후로 300만 원을 갚아 잔액 200만 원이 남은 상태였다. 그러나 결별 후 B 씨는 장문의 문자로 보증금 잔액뿐 아니라 교제 당시 사준 컴퓨터와 생필품, 대신 부담한 세탁비와 데이트 비용 일체를 청구했다. B 씨는 "튀면 너희 집 찾아간다", "본가 위치도 안다"며 압박했고, 공포심을 느낀 A 씨는 문자에 일단 "알겠다"고 답했다. 이후 A 씨가 "선물은 갚을 의무가 없다"고 거절하자 B 씨는 사기죄로 고소하겠다고 통보했다.
민법 제554조는 증여를 당사자 일방이 무상으로 재산을 상대방에게 주겠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상대방이 이를 승낙해 성립하는 계약으로 규정한다. 민법 제558조에 따라 이미 물품 전달이나 비용 결제가 완료된 증여는 일방적으로 해제하거나 반환을 요구할 수 없다. 반면 돈을 빌려주고 갚는 민법 제598조의 금전소비대차는 처음부터 반환 약정이 전제돼야 성립한다. 민사소송에서 계좌 송금 내역이 있더라도 그것이 대여금이라는 사실을 증명할 책임은 반환을 청구하는 원고에게 있다.
위협에 못 이겨 돈을 갚겠다고 답한 문자 역시 효력을 뒤집을 수 있다. 민법 제110조 제1항은 사기나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주거지나 본가 방문을 암시하는 해악의 고지로 공포심을 유발해 받아낸 변제 동의는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에 해당하므로 취소권을 행사할 수 있다. 세탁비 지원 등에 미안한 마음에 "언젠가 갚겠다"고 언급한 것 역시 도의적 인사치레에 불과해 채무 승인이나 계약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형사상 고소 위협도 성립하기 어렵다. 형법 제347조 제1항의 사기죄는 사람을 기망해 재물을 편취할 때 성립한다. 교제 당시 편취의 고의나 기망행위가 없었고 보증금을 분할 상환해 온 사실이 증명되면 수사기관은 단순 민사 분쟁으로 보아 혐의없음 처분을 내린다. 반대로 B 씨처럼 본가 방문을 들먹이며 의무 없는 금전 지급을 요구하거나 반복해서 위협적인 문자를 전송하는 행위는 형법 제283조 제1항의 협박죄나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이 같은 분쟁을 겪는다면 채무와 증여물을 명확히 분리해 대응해야 한다. 당초 차용하기로 합의한 보증금 잔액 200만 원은 계좌이체 적요에 '보증금 잔액 변제' 등을 기재해 공식 상환하고, 증여물에 대해서는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 취소와 함께 반환 의무가 없음을 통지해야 한다. 상대방이 찾아오겠다고 위협을 이어간다면 문자 캡처와 통화 녹음을 증거로 남겨 수사기관에 신원보호와 임시조치를 요청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