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약 만기를 앞두고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 별다른 말을 주고받지 않아 계약이 자동으로 연장되는 '묵시적 갱신'이 이뤄졌다면 세입자는 언제든 집을 빼겠다고 통보할 수 있다. 이때 새로운 세입자를 들이는 데 드는 부동산 중개보수(복비)를 기존 세입자가 부담할 이유도 없다.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에 따르면 임대인이 임대차기간 종료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 갱신 거절이나 조건 변경을 통지하지 않고, 임차인 역시 2개월 전까지 알리지 않으면 종전과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임대한 것으로 본다. 이 경우 법이 정한 존속기간은 2년이다. 통지 마감 시한은 2020년 6월 9일 법 개정을 거쳐 종전 만료 1개월 전에서 만료 2개월 전으로 강화됐다.
임차인은 2년의 기간을 모두 채우지 않고 중도에 퇴거할 권리를 법으로 보장받는다. 같은 법 제6조의2는 묵시적 갱신 상태에서 임차인이 언제든지 임대인에게 계약해지를 통지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해지의 효력은 임대인이 그 통지를 받은 날부터 3개월이 지나면 발생한다.
실무 현장에서는 만기 전 이사 시 임차인이 중개수수료를 대신 내는 관행을 앞세워 묵시적 갱신 중도 해지 때도 세입자에게 중개보수를 떠넘기려는 임대인이 적지 않다. 그러나 법원 판례와 주무 부처의 판단은 명확하다. 공인중개사법상 중개의뢰인은 임대인과 신규 임차인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기존 세입자가 부담할 의무가 없다는 취지다.
실제로 수원지방법원은 2025년 1월 8일 '묵시적 갱신 후 중도 퇴실 시 발생하는 중개보수는 임차인이 부담한다'는 임대차계약서 특약이 있었던 사건에서 해당 조항이 무효라고 판결했다(2024가단565083). 재판부는 해당 특약이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2에 따른 임차인의 해지권을 제한해 임차인에게 불리하며, 이를 무효로 규정한 같은 법 제10조의 강행규정에 위배된다고 판시했다. 서울지방법원 역시 1998년 7월 1일 선고한 판결(97나55316)에서 임차인이 중개료를 부담하기로 별도 약정하지 않은 이상 임대인이 보증금에서 공제한 중개료는 부당이득이므로 돌려주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묵시적 갱신 상태에서 신규 분양 아파트 입주 등으로 퇴거를 원하는 임차인은 이사 희망 시점 최소 3개월 전에 계약 해지 의사를 집주인에게 알려야 한다. 통지 사실과 도달 시점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도록 내용증명을 보내거나 문자메시지 송달 기록을 남겨두는 편이 안전하다. 만약 임대인이 중개수수료 대납을 요구하며 보증금 반환을 미루거나 공제한다면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거나 법원에 보증금 반환 소송을 제기해 대응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