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이 직접 들어와 살겠다며 퇴거를 요구해 새 집을 계약했더니, 돌연 전세금 반환대출이 나오지 않는다며 집을 팔아 보증금을 주겠다고 통보하는 분쟁이 잇따르고 있다. 세입자가 전세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해 이사 갈 집의 계약금을 몰취당했다면 집주인을 상대로 위약금 상당액을 배상하라고 요구할 수 있을까.

손해배상 청구 자체는 가능하다. 다만 법원이 이를 인용하게 하려면 법률상 요건과 엄격한 입증 절차를 사전에 갖춰야 한다.

허위 실거주는 민법상 불법행위 성립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1항 제8호는 임대인이나 그 직계존·비속이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 세입자의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같은 조 제5항은 실거주를 사유로 갱신을 거절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제3자에게 목적 주택을 '임대'했을 때 손해배상 책임을 지우도록 정하고 있다.

문제는 법 조문이 제3자에게 주택을 '매도'한 경우를 명시적으로 규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법원은 일반 불법행위 법리로 세입자를 보호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실제 거주할 의사가 없음에도 실거주를 이유로 계약갱신을 거절하고 주택을 매각한 행위는 주택임대차보호법과 별개로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판단했다(2023가단5379862). 대전지방법원 역시 정당한 사유 없는 부당한 갱신거절로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을 침해했다면 민법상 불법행위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된다고 판결했다(2022나119150).

새 집 계약금 날린 피해는 '특별손해'

세입자가 겪는 가장 큰 피해는 이사 가기로 약정한 새 집의 계약금 몰취다. 집주인이 약정한 날짜에 보증금을 내주지 않아 새로 산 주택이나 전셋집 잔금을 치르지 못해 계약금을 날렸다면, 이는 민법 제393조 제2항에 규정된 '특별손해'로 분류된다.

민법상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통상손해는 법정이율이나 약정이자에 따른 지연손해금에 그친다. 다른 부동산 계약금을 몰수당하는 피해는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에 해당한다. 따라서 대법원 판례상 "채무자가 그러한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만 배상 책임이 인정된다(91다25369). 단순히 구두로 이사 계획을 알린 것만으로는 법원에서 집주인의 예견 가능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위약금 규모와 잔금일 적은 내용증명 필수

실무에서 특별손해를 온전히 배상받으려면 사전에 위험을 고지하고 객관적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 세입자는 약정한 보증금 반환일 이전에 내용증명 우편이나 문자메시지 등으로 신규 계약 사실을 명확히 알려야 한다.

서면에는 새로 체결한 주택 매매계약이나 임대차계약의 잔금일, 보증금이 제때 반환되지 않아 계약이 파기될 때 몰취되는 계약금과 위약금의 구체적 액수를 명시해야 한다. 그래야만 집주인이 보증금 미반환 시 발생할 손해를 사전에 알았다는 점이 입증된다. 실제로 의정부지방법원은 만기 약 2주 전 신규 주택 계약금 액수와 잔금 미지급 시 몰취 위험을 사전에 알린 세입자에게 집주인이 날린 계약금 1,500만 원 전액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약정일 넘기면 임차권등기명령 즉시 진행

집주인이 뒤늦게 대출 거절이나 주택 매매 지연을 핑계로 대더라도 이미 합의한 보증금 반환 약정일을 일방적으로 미룰 수는 없다. 세입자는 약정일에 앞서 새 집 매도인과 잔금일 유예 가능성을 먼저 협의해 계약금 몰취 사태를 막아야 한다.

약정 기일이 지나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다면 곧바로 법원에 주택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해야 한다. 이사를 나가더라도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 조치다. 이후 내용증명과 매매계약서, 문자 내역 등 확보한 증거를 바탕으로 지급명령을 신청하거나 보증금 반환 및 특별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