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주하던 전셋집이 경매에 넘어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채 이사해야 한다면, 법원에 '임의경매통지서'가 아닌 '권리신고 및 배당요구신청서 사본'을 내야 임차권등기명령을 받아낼 수 있다. 임대차가 완전히 끝난 뒤에만 신청할 수 있는 법정 요건상, 배당요구 사실이 집주인에게 도달해 계약이 적법하게 중도 해지됐음을 서류로 직접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3 제1항은 '임대차가 끝난 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에 한해 법원에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아직 계약 기간이 남아 있는 도중 거주 주택에 경매가 개시됐다면 원칙적으로 임대차가 종료되지 않은 상태다. 이때 단순히 법원에서 송달된 임의경매통지서만 제출하면 계약 종료 사실이 입증되지 않아 법원에서 신청이 기각된다.

배당요구 도달로 입증하는 계약 해지

계약 기간 만료 전 경매 주택의 임대차를 법적으로 끝내려면 경매법원에 권리신고 및 배당요구를 마쳐야 한다. 대법원은 대항력을 갖춘 주택임차인이 기간 만료 전에 경매법원에 배당요구를 한 경우, 임대차관계를 존속시키지 않겠다는 명백한 의사표시로 보아 임대차계약 해지의 의사표시로 판단한다(94다37646, 98다1560 판결).

주의할 점은 효력 발생 시점이다. 대법원은 임차인이 배당요구를 신청한 순간 곧바로 계약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민사집행법 제89조에 따라 경매법원이 소유자인 집주인에게 배당요구 사실을 통지해 그 해지 의사가 '도달'된 때 비로소 계약이 종료된다고 본다. 세입자는 경매법원에 배당요구신청서를 접수한 뒤 교부받은 접수 사본을 임차권등기명령 신청서류로 첨부해야 적법한 해지를 소명할 수 있다.

등기부 기재 확인 전 전입 이전은 금물

임차권등기를 마쳐야 하는 이유는 대항력 유지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3 제5항 단서에 따라 등기를 마친 임차인은 다른 곳으로 이사하거나 주민등록을 옮기더라도 종전에 취득했던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잃지 않는다. 반대로 등기 절차 없이 짐을 빼거나 전입신고를 다른 곳으로 옮기면 종전 순위가 통째로 사라져 보증금을 영영 회수하지 못할 위험에 처한다.

법원의 임차권등기명령 결정이 내려졌다고 해서 당일 즉시 전출해서는 안 된다. 2023년 7월 개정된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집주인에게 결정문이 송달되기 전에도 법원이 직권으로 등기를 촉탁하지만, 실제 관할 등기소의 등기사항전부증명서 을구에 임차권등기가 기재되기까지는 며칠의 시차가 발생한다. 반드시 인터넷등기소 등에서 등기 기재를 확인한 뒤 새 주소지로 전입신고를 마쳐야 한다.

신청 비용 4만 원대…집주인 청구 가능

임대인 1명과 임차인 1명, 부동산 1개 기준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비용은 수입인지 2,000원, 등기수입증지 3,000원, 송달료 3만1,200원(회당 5,200원 기준 6회분), 등록면허세와 지방교육세 7,200원을 합쳐 총 4만3,400원 안팎이 든다. 이 비용은 추후 집주인에게 전액 청구할 수 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변호사는 "전입신고와 점유를 유지해야 권리가 인정되는 원칙 때문에 보증금을 못 받은 임차인이 이사를 가지 못하는 공백이 발생한다"며 "임차권등기명령은 임대인에게 결정이 송달되기 전에도 등기 촉탁이 먼저 이뤄지므로 이사 전 등기기록 등재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전국 집합건물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건수는 역전세난이 심화됐던 2024년 4만7,353건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한 뒤, 2025년에는 2만8,044건으로 전년 대비 40.8%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