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에서 내밀한 사생활 소문이 퍼지거나 집단 모욕을 당하고도 직접 증거가 마땅치 않아 법적 대응을 망설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증거 부족으로 수사기관에서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을 때 가해자 측으로부터 역으로 무고죄 고소를 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 탓이다. 그러나 실제 일어난 피해 사실을 바탕으로 고소했다면 혐의없음 처분이 나오더라도 무고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최근 법률 상담 창구에는 대학 동기에게 털어놓은 연인과의 성관계 사실이 교내외로 유포되고, 11명이 모인 자리에서 특정인으로부터 두 시간 동안 욕설을 들었다는 피해 사례가 접수됐다. 현장 직접 녹음 파일이 없고 메신저 대화 캡처나 제3자와의 간접 녹음 등 정황 증거만 남아 있어 고소 시 무고죄 책임을 질 수 있는지 묻는 내용이다.
법조계에서는 증거가 부족하더라도 실제 발생한 피해를 신고한 것이라면 무고죄 성립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무고죄는 신고한 사실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이라는 요건이 적극적으로 증명돼야 성립한다(2021도2656 판결). 단순히 신고사실의 진실성을 입증할 증거가 부족해 불기소 처분이나 무죄 판결이 나왔다는 사정만으로는 신고자를 무고죄로 단정할 수 없다(2018도2614 판결).
사생활 유포와 집단 욕설은 법률상 명백한 범죄 구성요건에 해당한다. 형법 제307조 제1항에 따르면 설령 유포된 성관계 사실이 진실이라 하더라도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타인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렸다면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로 처벌받는다. 여러 사람이 있는 자리에서 장시간 이어진 폭언 역시 형법 제311조의 모욕죄가 적용된다. 대법원은 소수에게 발언했더라도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면 공연성을 인정하는 전파가능성 법리를 유지하고 있다(2020도5813 전원합의체 판결).
법무법인 태림 김도현 변호사는 "실무에서 증거가 약한 것을 알면서도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게 하기 위해 고소하는 경우는 흔하다"며 "무고죄는 없는 일을 꾸며냈을 때 성립하므로 실제 있었던 일을 신고했다가 증거 부족으로 무혐의가 났다고 해서 무고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짚었다.
수사기관 조사 과정 자체가 가해자에게 상당한 압박이 돼 추가 소문 확산을 차단하는 실무적 효과도 있다. 피의자 출석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가해자가 혐의를 인정하거나 동석자의 진술이 확보돼 혐의가 입증되는 사례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고소 전 피해 일지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학내 기구를 적극 활용할 것을 권고한다. 가해자가 반발해 2차 소문을 내거나 보복성 고소를 시도할 수 있는 만큼, 사건 발생 일시와 정황 캡처본을 날짜별로 기록해 둬야 추가 범죄의 입증 자료로 삼을 수 있다. 아울러 형사사법 절차보다 입증 문턱이 상대적으로 낮은 대학 인권센터나 학생상담센터 신고를 병행하면 가해자 분리와 징계 조치를 거쳐 2차 피해를 더 신속히 막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