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허가를 받으면 영구적으로 독점 운영을 이어오던 저작권신탁관리단체에 유효기간이 도입된다. 재허가 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단체는 시장에서 퇴출되고, 창작자는 신탁단체 허락 없이도 비영리 목적 저작물의 이용을 직접 허락할 수 있게 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저작권신탁관리업 허가 유효기간 설정과 재허가 심사제 도입을 뼈대로 한 개정 저작권법(법률 제21595호)이 10월 29일부터 시행된다고 발표했다. 2026년 3월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4월 28일 공포된 지 6개월 만이다.

종전 체계에서 저작권신탁관리업자는 영업 허가를 한 번 취득하면 기한 없이 지위를 유지했다. 위법 행위가 적발돼도 6개월 이내의 업무정지나 과징금 처분 등 사후 제재에 그쳤다. 방만 경영과 불투명한 회계를 정기적으로 통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던 이유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를 비롯해 문체부 허가를 받아 운영 중인 국내 12개 신탁관리업자가 이번 규제 정비의 적용 대상이다.

개정법은 제105조의2를 신설해 저작권신탁관리업의 허가 유효기간을 5년을 넘지 않는 범위로 제한했다. 유효기간이 끝나 영업을 계속하려는 단체는 문체부장관의 재허가를 받아야 한다. 재허가 심사에서는 법에 따른 시정명령 횟수와 준수 여부, 이용허락 원칙 준수 여부, 허가 당시 부과된 조건 이행 실적, 신탁 수수료의 요율 또는 금액의 적정성을 종합 평가한다. 부칙 경과조치에 따라 법 시행 당시 기존 허가를 받은 단체는 법 시행일에 3년을 유효기간으로 하는 허가를 받은 것으로 간주된다.

창작자의 실질적 권익 보장 장치도 마련됐다. 개정법 제105조의4는 신탁회원에게 비영리 목적 이용에 대해 직접 이용허락을 할 수 있는 권리를 명시했다. 단체에 권리를 신탁했더라도 영리 목적이 아닌 경우 창작자가 자기 권리를 직접 행사할 수 있도록 길을 텄다. 총회 출석 및 의결권 행사와 임원 보수·수당 결정권도 법률상 권리로 못 박았다. 다만 전자총회 개최 및 원격 의결권 행사에 관한 세부 사항은 2027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단체의 내부 통제와 외부 관리·감독 기준 역시 크게 강화됐다. 일정 규모 이상의 신탁관리업자와 보상금수령단체는 전문경영인을 의무적으로 선임해야 한다. 시행 당시 임직원을 둔 단체는 시행일로부터 1년 안에 이를 갖춰야 한다(제106조제7항). 소속 임원의 이해충돌 방지 기준을 수립하고 매년 수령 보수와 사용료 내역 등을 적은 신고서를 제출해야 하며, 공직자윤리법상 재산등록 의무가 있는 임원은 홈페이지에 재산을 공개해야 한다(제106조의4).

저작물을 이용하는 플랫폼·방송사 등 산업계와의 거래 투명성도 높아진다. 신탁관리업자는 저작물 이용허락 요청을 받았을 때 객관적 근거에 따라 비차별적으로 허락해야 한다(제106조의2제2항). 이를 위반하거나 정당한 이유 없이 허락을 거부하면 업무정지나 수수료 수납 중단 명령을 받는다(제109조제1항). 문체부장관이 부과할 수 있는 갈음 과징금 상한선도 직전연도 징수액의 1%에서 3% 이하로 상향됐다(제111조제1항).

국내 12개 저작권신탁관리업자는 정관 변경 허가 취득, 전문경영인 채용, 임원 이해충돌 방지 및 재산공개 지침 제정 등 대대적인 컴플라이언스 개편 절차를 밟아야 한다. 3년 뒤 닥칠 첫 재허가 심사를 앞두고 수수료 적정성 관리와 시정명령 이행 여부가 핵심 법적 과제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