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피해를 당해 경찰에 고소장을 냈지만 피의자가 차일피일 조사를 미루며 버티는 탓에 발을 구르는 고소인이 적지 않다. 고소 접수 후 석 달이 지나도록 피의자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해서 수사가 무작정 중단되거나 자동으로 기소·체포 처분이 내려지는 것은 아니다. 형사 절차상 출석 요구 불응이 누적되면 임의수사는 강제수사로 방향을 튼다.

경찰수사규칙 제24조는 사법경찰관리가 고소·고발을 수리한 날부터 3개월 이내에 수사를 마쳐야 한다고 규정한다. 정해진 기간 안에 수사를 끝내지 못하면 소속 수사부서장에게 사유를 보고하고 수사기간 연장 승인을 받아야 한다. 피의자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수사관이 고소인에게 사실관계를 추가로 확인하는 전화 조사를 진행했다면, 내부 규정에 따른 수사기간 연장 보고를 준비하거나 사건 처리 방향을 검토하는 단계일 가능성이 크다.

수사기관의 피의자 출석 요구는 원칙적으로 형사소송법 제200조에 따른 임의수사다. 다만 정당한 사유 없는 불응이 반복되면 체포영장 신청 요건으로 전환된다. 형사소송법 제200조의2 제1항은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거나 응하지 않을 우려가 있을 때 검사의 청구로 법원의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체포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실무에서는 입원이나 해외 체류 등 객관적 사유 없이 3회 이상 출석 요구에 불응하고 연락을 피할 때 체포영장 신청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판단한다.

영장이 발부된 뒤에도 피의자 행방을 찾지 못하면 경찰수사규칙에 따라 지명수배 조치가 내려진다. 사기죄 피의자에게 체포영장이 발부됐으나 소재가 불분명한 경우 경찰은 피의자중지 결정을 내리고 전국에 지명수배(A수배)를 전산 등록한다. 지명수배가 내려진 피의자는 불심검문이나 출입국 심사 과정에서 신원이 확인되는 즉시 현장에서 체포된다.

전문가들은 피의자가 버틴다고 해서 피해자가 손을 놓고 기다려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법무법인 해답 정성희 대표변호사는 네이버 지식iN 상담 답변에서 "고소 후 3개월이 지났다고 자동으로 기소되거나 체포영장이 발부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피의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반복적으로 출석요구에 불응하면 체포영장 신청을 검토할 수 있지만, 한 번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체포되지는 않는다"고 짚었다.

정 변호사는 "담당 수사관에게 현재 수사기간 연장 여부, 출석요구 횟수, 체포영장 검토 여부, 송치 또는 불송치 예정 여부를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한다"며 "피해사실과 편취 당시의 기망행위, 송금자료를 정리한 추가 의견서를 제출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단순한 민사상 채무불이행이 아닌 형사상 사기죄를 입증하려면 피의자가 돈을 받을 당시 변제할 능력이나 의사가 없었다는 점을 밝혀야 한다. 상대방이 재산을 처분한 정황 등을 문서로 정리해 수사관에게 전달하면 수사 속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