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처벌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신고했을 때 처벌하는 무고죄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다시 나왔다. 범죄 구성요건인 신고 대상이 모호하지 않고, 징역 10년 이하 법정형 상한도 국가 사법기능 보호라는 목적에 비춰 지나치지 않다는 취지다.

헌재는 무고 혐의로 기소된 A 씨가 형법 제156조를 상대로 청구한 위헌소원 사건(2024헌바412)에서 2026년 9월 17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선고했다. 청구인 대리는 국선대리인인 이동흡 변호사가 맡았다.

사실관계

A 씨는 2023년 9월 14일 무고 혐의로 서울동부지방법원에 불구속 기소됐다(2023고단2761). 재판을 받던 중 무고죄를 규정한 형법 제156조가 위헌이라며 법원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으나 2024년 9월 10일 기각됐다(2024초기1173). 이에 2024년 10월 21일 헌재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A 씨는 법 조항의 '공무소 또는 공무원'이라는 문언이 실체 없는 공무소나 특정되지 않은 공무원에 신고한 경우까지 포함할 수 있어 지나치게 추상적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정한 법정형도 책임에 견줘 무거워 헌법상 명확성원칙과 비례원칙 등에 어긋난다고 짚었다.

재판부 판단

헌재는 형법 제156조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2013년 8월 29일 선고한 선례(2011헌바253등)를 들어 "무고죄의 신고 대상이 되는 공무소 또는 공무원은 신고 내용이 되는 형사처분·징계처분을 취급할 수 있는 해당 관서 또는 소속 공무원을 의미한다"며 "수범자로서는 어떠한 공무소나 공무원에게 허위 진정서를 낼 때 무고죄에 해당할지 예측할 수 있고 자의적 적용 가능성도 없다"고 판시했다.

법정형이 과도해 비례원칙을 어겼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무고죄는 허위 고소나 고발을 예방해 사법기능을 담보하고 국가의 심판기능을 보호하며 개인이 부당하게 처벌받지 않도록 하는 범죄"라며 "보호법익의 중대성에 비추어 징역 10년의 상한 자체가 과도하게 높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짚었다.

1995년 형법 개정으로 처벌 선택지가 넓어진 점도 근거로 들었다. 헌재는 1953년 제정 구 형법이 10년 이하의 징역형만 규정했던 것과 달리 "1995년 12월 29일 형법 개정으로 벌금형을 선택형으로 함께 두고 법정형 하한을 별도로 정하지 않았다"며 "법원이 개별 사안의 동기와 피해 정도를 따져 집행유예나 선고유예를 할 수 있으므로 책임에 비해 지나치게 가혹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헌재가 합헌 결정을 내림에 따라 해당 사건을 맡은 서울동부지방법원은 멈춰 섰던 A 씨의 무고 등 혐의 재판 절차를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