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장 선거 예비후보자 시절 후원회를 만들어 정치자금을 모금하지 못하도록 막았던 과거 정치자금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법 개정으로 현재는 후원회 설치가 허용됐으나, 과거 조항으로 유죄가 확정된 이들의 재심 청구는 불가능해졌다.
헌재는 2026년 9월 17일 구 정치자금법 제6조 제6호와 제45조 제1항 본문 중 해당 부분에 제기된 위헌소원 사건(2022헌바85)에서 재판관 6대 3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선고했다. 청구인인 전직 군수 A 씨는 법무법인(유한) 엘케이비평산(담당변호사 이광범·손주철·우정영)이 대리했다.
사실관계
A 씨는 2018년 6월 13일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군수 선거의 예비후보자 신분이던 그해 5월 관내 건설업자로부터 현금 1,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정치자금법에 정해지지 않은 방법으로 돈을 받았다는 이유였다.
법원은 2021년 6월 1심에서 벌금 200만 원과 추징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 이후 항소심을 거쳐 2022년 3월 17일 대법원에서 상고와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이 모두 기각되며 형이 확정됐다. A 씨는 기초단체장 예비후보자에게 후원회 설치를 허용하지 않은 구법 조항이 평등원칙 등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헌법재판소 판단
헌재는 후원회 지정권자의 범위를 정하는 문제는 입법자의 광범위한 형성 재량에 속한다고 판단했다. 지역구 국회의원과 달리 기초단체장은 소관 사무를 단독으로 처리하는 독임제 행정기관이라는 점을 핵심 근거로 들었다.
헌재는 "기초자치단체장은 규칙제정권, 관내 인·허가권 등 각종 권한을 행사하며 주민 생활과 밀접한 사무를 집행하므로 지역 주민 및 토착 세력과 밀접하게 접촉할 개연성이 크다"며 "예비후보자 단계부터 후원회 설치를 허용할 경우 대가성 후원을 통한 특혜 요구나 유착 비리로 선거가 혼탁해질 우려가 있어 직무수행의 염결성을 지키고자 한 입법자의 판단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짚었다.
정치자금법이 2021년 1월 5일 개정되며 기초단체장 예비후보자에게도 후원회가 허용된 사정에는 "정치 환경 변화에 맞춰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한 정책적 개선 입법일 뿐"이라며 "사후에 법률이 개정됐다는 사정만으로 과거 제한 조항이 입법재량 한계를 일탈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반대의견
반면 김복형·마은혁·오영준 재판관은 평등원칙에 위배된다는 반대의견을 남겼다. 기초단체장 선거도 국회의원 선거 못지않은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데, 본선 후보 등록 이후 불과 20일도 안 되는 기간만 후원회를 허용하는 조치는 자산이 부족한 신진 정치인의 진입을 사실상 차단한다는 지적이다.
세 재판관은 "제7회 지방선거 기초단체장 평균 지출액이 1억1,945만 원으로 제20대 총선 지출액 1억1,988만 원과 차이가 없었다"며 "후원회를 차단하면 음성적 자금 조달을 조장할 위험이 있고 기부 한도나 투명한 회계보고 제도로 부작용을 통제할 수 있는데도 일률 금지한 것은 불합리한 차별"이라고 밝혔다.
판결 의의
이번 헌재 결정에 따라 2021년 법 개정 이전에 기초단체장 예비후보자 신분으로 불법 정치자금을 받아 처벌받았던 과거 사범들은 형사재심을 청구할 수 없게 됐다. 심판대상 조항이 이미 법 개정으로 효력을 잃은 만큼 향후 선거 실무에는 영향이 없으며 사건 심판 절차는 완전히 종결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