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 처분을 받은 가해학생이 같은 사안으로 법원에서 소년보호처분을 다시 받더라도 이중처벌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이를 금지하는 법률을 따로 제정할 의무도 없다고 봤다. 학폭위 처분은 행정처분이고 소년법상 보호처분은 교정을 위한 보안처분이어서 두 제재의 성격과 목적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취지다.

헌법재판소는 초등학교 학교폭력 가해학생들과 그 부모들이 "학폭위 조치를 받은 사안에 대해 형사고소나 소년법상 보호처분을 금지하는 규정을 두지 않은 입법부작위는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심판 청구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각하 결정을 내렸다고 2026년 9월 17일 선고했다(2026헌마1535). 청구인들은 정승원 변호사가 대리했다.

사실관계

초등학교 6학년이던 A 씨와 B 씨는 2025년 3월과 4월 왜소증을 앓는 같은 반 장애 학생을 상대로 성적 수치심을 주는 발언을 하거나 걸음걸이를 흉내 내며 조롱했다. 관할 교육지원청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는 두 학생에게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 제1항 제3호에 따라 각각 교내 봉사 4시간과 2시간 조치를 내렸다.

피해 학생 측은 이와 별도로 두 가해학생을 형사고소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관할 가정법원 소년부는 2026년 1월 두 학생에게 소년법 제32조 제1항에 따라 부모에 대한 감호 위탁(제1호)과 청소년상담복지센터 12시간 수강명령(제2호) 보호처분을 결정했다. 가해학생과 학부모들은 동일한 사실관계로 중복 제재를 받았다며 반발했다. 중복 처분을 금지하는 입법을 하지 않은 것은 기본권 침해라며 2026년 5월 헌법소원을 냈다.

재판부 판단

헌재는 입법자가 법률을 전혀 제정하지 않은 '진정입법부작위'가 헌법소원 대상이 되려면 헌법상 명시적인 입법위임이 있거나 헌법해석상 명백한 입법의무가 인정돼야 한다고 전제했다.

헌재는 헌법 제13조 제1항이 규정한 이중처벌금지원칙의 '처벌'은 범죄에 대한 국가의 형벌권 실행을 뜻한다고 짚었다. 재판부는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른 조치는 행정처분이고 소년법상 보호처분은 보안처분의 일종이므로, 두 처분 모두 국가 형벌권의 실행으로서의 과벌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중복 금지에 관한 명시적 입법위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헌법해석상 입법의무가 발생하는지를 두고도 선을 그었다. 재판부는 "학교폭력예방법상 조치와 소년법상 보호처분은 잘못을 저지른 소년을 선도하기 위해 행해진다는 점에서 일부 공통점이 있으나 법적 성격 및 목적이 다르다"며 "학교폭력예방법상 조치가 소년법상 보호처분과 병과되더라도 그 제재의 총합이 지나치게 과중해진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초·중등교육법령상 경미한 학폭위 조치는 이행하면 학생부에 기재되지 않거나 졸업 후 삭제된다. 소년법상 보호처분 역시 법률상 소년의 장래 신상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규정돼 있어 신상에 중대한 영향을 준다고 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헌재는 헌법상 입법의무가 도출되지 않아 심판 청구 자체가 부적법하다고 결론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