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법률에 명시된 국회의원 이해충돌 방지 국회규칙을 제정하지 않아 알 권리가 침해됐다며 제기된 헌법소원이 본안 판단 없이 각하됐다. 헌법재판소가 사건을 심리하는 사이 제21대 국회의원 임기가 끝나고 법률이 개정돼 주관적 권리구제 실익이 사라졌다는 이유다.

헌법재판소는 9월 17일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상근 간사 민 모 씨가 대한민국 국회를 상대로 낸 국회규칙 입법부작위 위헌확인 헌법소원 심판 청구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모두 각하했다(2022헌마1323). 청구인 대리는 법무법인 도담의 김정환·김남주 변호사가 맡았다.

사실관계

국회는 2021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 등으로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 여론이 일자 같은 해 5월 국회의원 당선인의 사적 이해관계 등록과 직무 관련 이해충돌 신고를 의무화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공포했다. 부칙에 따라 당시 제21대 현역 국회의원들도 법 시행 전인 2022년 4월 15일까지 윤리심사자문위원회에 사적 이해관계를 등록하도록 했다.

시민단체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에서 활동하던 민 씨는 2022년 5월 국회사무처를 상대로 21대 국회의원 전원의 사적 이해관계 등록 내용과 소명자료 제출 요청 명단 등의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국회사무총장은 정보공개법상 비공개 대상 정보이고 구체적인 공개 절차를 정한 국회규칙이 제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민 씨가 재차 정보공개를 청구했으나 거부당하자, 국회가 법률 위임에도 국회규칙을 만들지 않아 알 권리를 침해했다며 2022년 9월 헌법소원을 냈다.

재판부 판단

헌재는 사적 이해관계 등록과 공개에 관한 국회규칙 미제정(제1 부작위) 청구는 권리보호이익이 없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이 사건 부작위를 통하여 침해될 여지가 있는 것은 제21대 의원의 사적 이해관계 등록 등에 관한 청구인의 알 권리"라며 "제21대 의원은 이미 임기가 만료되어 더 이상 사적 이해관계를 등록·변경등록하거나 이를 공개할 수 없고 소명자료 제출을 요청할 여지도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2024년 3월 국회법 개정으로 주식 소유 비율 기준 등이 법률에 직접 명시된 점을 들어 "위헌확인이 청구인의 주관적 권리구제에 도움이 되지 않고 향후 같은 유형의 침해행위가 반복될 우려도 없어 예외적 심판이익 역시 인정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윤리심사자문위원회의 의견 제출과 이해충돌 신고 절차 등에 관한 국회규칙 미제정(제2 부작위) 청구도 청구인의 자기관련성이 없어 부적법하다고 보았다. 해당 조항들은 자문위원회와 의원이 준수할 내부 절차에 불과해 일반에 공개할 법적 근거가 없고, 민 씨가 정보공개를 청구한 사실도 없다는 이유에서다.

판결 의의

이번 결정으로 제21대 국회의원 전원이 신고한 사적 이해관계 내역과 윤리심사 소명 명단 등은 끝내 유권자 검증을 거치지 못한 채 종결됐다. 국회의 규칙 미제정과 헌재의 장기 심리가 겹친 결과다. 법률에 위임 규정을 두고도 하위 자치규칙 제정을 미룬 채 임기를 마치면 사법적 위헌 판단을 비켜갈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행 국회법 체계에서도 사적 이해관계의 구체적 공개 절차를 규정할 국회규칙 제정 과제는 여전히 국회 몫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