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자치단체장 선거 예비후보자의 후원회 지정을 금지하고, 이를 어겨 정치자금을 받으면 처벌하도록 한 과거 정치자금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법 개정으로 현재는 기초단체장 예비후보자도 후원회를 둘 수 있다. 다만 법 개정 전 이뤄진 금지와 처벌 역시 입법재량 범위 안의 정당한 조치였다는 취지다.

헌재는 2026년 9월 17일 재판관 6대 3 의견으로 구 정치자금법 제6조 제6호와 제45조 제1항 본문 중 해당 부분에 합헌 결정을 선고했다(2022헌바85). 기초자치단체장선거 예비후보자를 후원회지정권자에서 제외하고, 법에 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받으면 처벌하도록 한 조항이다.

사실관계

청구인 A 씨는 2018년 6월 13일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군수로 당선된 인물이다. A 씨는 선거 전 예비후보자 신분이던 2018년 5월 관내 회사를 운영하는 건설업자로부터 현금 1,000만 원을 받아 법에 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기부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법원은 A 씨에게 벌금 200만 원과 추징금 1,000만 원을 선고했고 항소심도 이를 유지했다. A 씨는 대법원에 상고하며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으나 상고와 제청 신청이 모두 기각되자 2022년 4월 13일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 판단

헌재는 심판대상 조항이 평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후원회지정권자의 범위는 선거 규모와 해당 직위의 활동 범위, 정치적 역할, 모금 필요성, 통제 가능성을 종합해 결정할 광범위한 입법재량 영역이라는 이유에서다.

헌재는 "지역구 국회의원이 합의제 기관인 국회의 구성원으로서 단독으로 국정에 관한 사항을 결정하기 어려운 것과 달리, 기초자치단체장은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사무를 총괄하는 독임제 행정기관"이라며 "지역 주민과 밀접하게 접촉하며 각종 권한을 행사하는 지위에 있으므로, 선거과정에서 대가성 후원을 통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접근을 제한하여 직무수행의 염결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아울러 예비후보자는 확정된 후보자보다 수가 많고 지위 변동도 잦아 후원회를 허용하면 선거 과열과 사회적 통제 비용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21년 1월 5일 법 개정으로 기초단체장 예비후보자에게 후원회 설치가 허용된 점을 두고도 헌재는 "시대적·정치적 상황 변화를 반영해 제도를 개선한 것일 뿐, 법 개정이 있었다고 하여 종전 입법자의 결정이 입법재량 한계를 일탈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반대의견과 쟁점

반면 김복형·마은혁·오영준 재판관은 평등원칙에 어긋나 위헌이라는 반대의견을 냈다. 이들 재판관은 "기초단체장 예비후보자도 선거사무소 설치와 기탁금 납부 등 상당한 자금이 필요하며 실제 지출 규모 역시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와 큰 차이가 없다"며 "후원회를 전면 불허하는 차별을 정당화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들 재판관은 이어 "후원회 제도 자체를 통한 투명한 운영으로 염결성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며 "군소정당이나 무소속 예비후보자의 정치 진입장벽을 높이고 자유로운 경쟁을 가로막을 우려가 크다"고 덧붙였다.

결정 의의

헌재는 앞서 2016년 9월 29일 선고한 2015헌바228 결정에서도 같은 조항에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2019년 광역자치단체장 예비후보자 후원회 금지 규정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뒤 2021년 법 개정으로 기초단체장 예비후보자 후원회도 법제화됐다. 그러나 과거 법률의 위헌성을 따진 이번 사건에서는 재판관 3명이 위헌 반대의견을 냈음에도 합헌 판단이 유지됐다. 이번 결정에 따라 구법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던 당사자들의 형사재심 청구는 허용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