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에 다다른 중소기업들이 사업을 정리하면서 단순 폐업 대신 법원 공적 파산 절차를 밟는 사례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폐업신고만 하고 법인을 방치하면 거래처 소송은 물론 근로기준법상 형사처벌과 연대보증 채무가 고스란히 대표자 개인에게 돌아오기 때문이다.

2026년 대법원 사법정보공개포털과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전국 법원에 접수된 법인파산 신청 건수는 2021년 955건에서 2022년 1,004건, 2023년 1,657건, 2024년 1,940건으로 늘었다. 이어 2025년 2,282건을 기록하며 4년 새 약 139% 급증했다. 2025년 파산 선고가 인용된 사건만 1,987건에 달해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고금리와 내수 부진 여파로 기업회생을 신청했다가 청산가치가 존속가치보다 높다는 판정을 받고 파산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속출한 결과다.

단순 폐업과 공적 파산의 법적 차이

실무에서 단순 폐업과 법인파산의 법적 효력은 크게 갈린다. 관할 세무서에 폐업신고서만 내는 단순 폐업은 사업자등록을 말소하는 행정 절차에 불과해 회사의 법인격과 채무가 그대로 존속한다. 채권자들의 강제집행이 이어지는 것은 물론, 임금 미지급에 따른 근로기준법 위반 형사입건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반면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채무자회생법)상 법인파산은 법원이 선임한 파산관재인이 잔여 자산을 공평하게 환가해 채권자들에게 배당하고 법인격을 소멸시키는 사법 절차다. 파산선고가 내려지면 개별 채권자의 강제집행이 금지되고, 법원 감독 아래 법인 채무 관계가 포괄적으로 종결된다.

임금체불 형사책임과 도산대지급금 연계

가장 민감한 대목은 근로자 임금과 퇴직금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전국 임금체불 총액은 2024년 2조 448억 원으로 처음 2조 원을 돌파한 데 이어 2025년 2조 679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다시 썼다. 근로기준법 제36조는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금품을 청산하도록 규정하고, 위반 시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법원이 파산선고 결정을 내리면 근로자는 「임금채권보장법」에 따라 근로복지공단에 '도산대지급금'을 신청할 수 있다. 국가가 사업주를 대신해 최종 3개월치 임금과 3년치 퇴직금을 우선 지급하는 제도다. 이 제도로 근로자는 신속히 생계자금을 확보하고, 사업주는 피해 회복에 따른 처벌불원서를 받아 형사처벌 위험을 던다. 채무자회생법 제473조 제10호 역시 근로자의 임금과 퇴직금을 일반 채권보다 수시로 우선 변제하는 '재단채권'으로 규정해 보호하고 있다.

대표자 연대보증과 제2차 납세의무는 별개

주의할 점은 법인이 파산하더라도 대표자 개인의 모든 책임이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대표자가 금융기관 대출이나 보증기관 채무에 입보한 연대보증 채무는 법인파산과 무관하게 그대로 남는다. 국세기본법 제39조에 따라 지분 50%를 초과 보유한 과점주주에게 부과되는 제2차 납세의무 역시 법인 청산 뒤 승계된다.

파산 직전 특정 거래처에만 빚을 갚는 '편파변제'를 하거나 대표자 가지급금 등 사적 유용 내역이 드러나면 파산관재인의 부인권 행사 대상이 되거나 업무상 횡령·배임 혐의로 번질 수 있다. 파산 신청 전 최근 5년 치 재무제표와 통장 거래내역, 채권자 목록, 보증 내역을 철저히 점검하고 필요하면 대표자 개인회생이나 파산 절차를 함께 밟아야 하는 이유다.

전문법원 부족 속 제도 개선 목소리

도산 사건이 급증하면서 사법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현재 회생전문법원은 서울과 수원, 부산에만 설치돼 대전 등 충청권을 비롯한 비수도권 지역은 일반 지방법원 파산부에서 사건을 전담한다. 이에 따라 관재 실무 절차와 심리 기간에서 지역 간 편차가 발생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박지원 의원은 2026년 10월 17일 "이번 법원 통계는 기업과 가계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민생 통계"라며 "개인회생, 파산, 경매 등 서민과 소상공인의 삶과 직결되는 처분에 대해서는 법원이 더욱더 공정하고 신속하게 처리해서 민생에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