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 당시 세액이 없어 과세관청이 기준시가(공시지가)로 결정해 두었더라도, 부동산을 처분할 때 상속 당시의 객관적 감정평가액을 입증하면 양도소득세를 줄일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과세관청이 임의로 평가한 기준시가를 취득가액으로 강제해 양도세를 무겁게 매겨온 과세 관행에 제동이 걸렸다.
대법원은 A 씨가 부산진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양도소득세 경정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2022두67357). 같은 날 선고된 다른 양도소득세 경정거부처분 취소소송 상고심(2025두32147)에서도 동래세무서장의 상고를 기각해 납세자의 손을 들어줬다.
사실관계
A 씨는 2019년 1월 모친 사망으로 부산 부산진구 소재 부동산 등을 상속받은 뒤 상속세 과세표준을 0원으로 신고했다. 부산진세무서장은 2019년 10월 상속세 일괄공제 등을 적용해 보충적 평가방법인 기준시가 2억 1,604만 8,000원으로 재산을 평가하고 세액을 0원으로 결정했다.
이후 A 씨는 2020년 9월 해당 부동산을 10억 1,100만 원에 매각했다. A 씨는 소급감정을 거쳐 산출한 상속개시 당시 시가 6억 9,096만 원(1심 감정가액 7억 2,970만 9,000원)을 취득가액으로 반영해 양도소득세를 다시 계산해 달라며 경정청구를 냈다. 세무당국은 종전 상속세 결정 당시 기준시가를 취득가액으로 봐야 한다며 거부했고, A 씨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하급심 판단
1심과 2심은 모두 세무서의 경정거부 처분을 취소하며 A 씨의 손을 들어줬다. 상속 당시 상속세가 부과되지 않아 세무서가 기준시가로 결정했더라도, 이는 객관적 시가를 확인하기 어려워 보충적 방법을 쓴 것에 불과하므로 사후에 입증된 상속 당시 시가를 취득가액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판단
대법원의 판단도 같았다. 소득세법 시행령 제163조 제9항 단서가 '상증세법에 따라 세무서장 등이 결정·경정한 가액이 있는 경우 그 가액을 취득가액으로 한다'고 규정하지만, 이를 기계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다고 짚었다.
재판부는 과세관청의 종전 결정가액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시가를 반영한 것이 아니라면, 과세처분 취소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 시까지 증명된 상속 당시의 시가를 실지취득가액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함께 선고된 2025두32147 사건에서도 상속 당시 세무서가 7,107만 5,200원으로 평가해 세액 0원으로 결정한 토지에 대해, 매도 후 입증한 2개 감정평가법인의 평균 감정가액 1억 6,917만 6,000원을 취득가액으로 인정했다.
판결 의의
이번 판결은 상속세 일괄공제 등으로 상속세가 나오지 않아 세무서가 편의상 공시지가로 결정했던 부동산 매각 실무에 직접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상속 당시 별도 감정을 받지 않아 기준시가로 묶였던 납세자라도, 양도소득세 소송 변론종결 전까지 소급감정이나 매매사례가액 등으로 상속 당시 시가를 증명해 세금을 환급받을 수 있는 길이 넓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