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업체의 해외 이전이나 공급망 붕괴로 자금난에 빠진 중소기업 대표들이 법인파산과 개인파산 선택을 두고 혼란을 겪고 있다. 회사가 갚아야 할 법인 채무와 대표이사 개인이 짊어진 보증 채무는 법적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어느 하나만 신청한다고 해서 채무 문제가 모두 해결되지는 않는다.

회사 빚과 대표 개인 채무 분리

법인이 지급불능이나 부채초과 상태에 이르러 법원에 파산을 신청해 선고를 받더라도 대표자 개인의 채무는 소멸하지 않는다. 기술보증기금이나 시중은행 대출에 대표이사 연대보증이 들어가 있다면 법인 채무와 별개로 대표자가 변제 책임을 진다. 반면 일반 협력사 미지급금은 법인 고유의 채무이므로 대표자가 개인 자격으로 연대보증이나 차용증을 쓰지 않았다면 대표 개인 재산으로 강제집행할 수 없다.

세금과 공과금은 출자 지분에 따라 추가 책임이 발생한다. 국세기본법 제39조와 국민건강보험법 제77조의2에 따르면 비상장법인의 지분을 50% 초과 보유한 과점주주는 법인 재산으로 체납액을 충당하지 못할 때 지분율 한도 내에서 제2차 납세·납부의무를 진다. 조세와 공과금은 개인파산 절차를 밟더라도 면책 대상에서 제외되는 비면책채권이므로 사전에 부담 규모를 명확히 계산해야 한다.

개인회생 한도 상향과 절차 선택

대표자의 개인 채무를 정리할 때는 개인파산뿐 아니라 개인회생 가능성도 열어두어야 한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79조 제1호 개정으로 개인회생 신청이 가능한 채무 한도는 무담보 10억 원 이하, 담보 15억 원 이하로 상향됐다. 대표자에게 계속적이거나 반복적인 소득 활동 가능성이 남아 있다면 개인회생으로 무담보 보증 채무를 분할 변제할 수 있다. 소득 전망이 전혀 없는 상황이라면 개인파산과 면책을 검토하되 비면책 채권 규모를 대조해야 한다.

임금 체불 형사책임과 도산대지급금

직원들의 미지급 임금과 퇴직금은 사용자의 형사책임과 직결된다. 근로기준법 제36조에 따라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금품을 청산하지 않으면 징역형이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법인파산 선고가 내려지면 근로자는 임금채권보장법 시행령에 따라 파산선고 결정일로부터 2년 이내에 근로복지공단에 도산대지급금을 청구할 수 있다. 최종 3개월분 임금과 3년분 퇴직금을 우선 지급받아 체불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제도다.

대표 보증 채무 우선 변제는 금물

파산 위기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행위는 대표자의 보증 부담을 덜기 위해 회사 자금으로 특정 대출이나 지인의 차입금부터 갚는 이른바 '편파변제'다. 대법원은 채권자평등 원칙을 해치고 특정 채권자에게만 이익을 주는 변제 행위는 채무자회생법상 부인권 대상이 된다고 판시해 왔다(2003다271 판결 등). 파산선고 후 선임된 파산관재인은 이를 취소하고 회수할 수 있으며, 고의적인 편파변제는 대표자의 개인파산 면책 불허가 사유로 작용할 수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소속 남성태 변호사는 "법인파산과 개인파산 중 하나만 고르는 문제로 보기 어렵다"며 "대표자의 보증 부담을 줄이려고 특정 대출부터 갚거나 장비를 관계인에게 옮기는 방식은 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도산 절차에 들어가기 전 매각 자산 대금의 사용처 증빙, 가압류 결정문, 임금 체불 내역과 남은 장비·미수금 자료를 선제적으로 확보해 법인과 개인 채무를 함께 정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