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임위원회 다수 의석을 앞세워 특정 국회의원의 국정감사 참여를 전면 배제하던 관행에 헌법재판소가 제동을 걸었다. 헌재는 국회의원 제척 사유가 있더라도 직접 이해관계가 얽힌 개별 사안에 한해서만 참여를 제한해야 한다고 봤다. 국감 활동 전체를 포괄적으로 막는 것은 헌법상 국회의원의 권한을 침해한다는 판단이다.

헌법재판소는 2026년 10월 21일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을 상대로 낸 국회의원 감사중지에 관한 효력정지가처분신청(2026헌사1914) 사건에서 재판관 9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일부 인용 결정을 선고했다. 헌재는 과방위의 국정감사 제척 의결 가운데 이 의원과 직접 관련이 없는 사안의 효력을 권한쟁의심판 본안 결정 선고 시까지 정지하고, 나머지 신청은 기각했다.

사실관계

과방위는 10월 12일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국정감사 도중 이 의원 제척의 건을 의결했다. 이 의원이 본인 재임 시기 방통위 2인 체제 의결의 위법성을 질의하자 범여권 위원들이 이해충돌 문제를 제기했다. 과방위는 국민의힘이 불참한 가운데 무기명 투표를 거쳐 찬성 12표로 제척안을 가결했다. 이어 12일 방미통위뿐 아니라 16일 공영방송 관련 기관, 22일 종합감사까지 배제 대상에 포함했다.

이 의원은 상임위의 포괄적 제척 의결로 심의·표결권이 침해됐다며 10월 15일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고 효력정지가처분을 냈다. 10월 16일 KBS와 방송문화진흥회 등 감사 현장에서 이 의원이 발언을 시도했으나 위원장의 발언 불허로 충돌이 빚어지며 파행을 겪었다.

재판부 판단

헌재는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13조 제1항의 '그 사안에 한정하여'라는 문언을 핵심 근거로 삼았다. 헌재는 제척 사유가 있더라도 의원에게 직접 이해관계가 있거나 감사의 공정성을 기할 수 없는 현저한 사유가 있는 개별 안건에 국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부 사안에 제척 사유가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국감 참여 자체를 포괄적으로 배제할 수는 없다는 취지다.

헌재는 효력정지의 긴급성도 인정했다. 포괄적 제척 효력이 유지되면 국정통제 기능과 결부된 국회의원의 본질적 권한을 행사하지 못해 회복하기 어려운 중대한 손해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봤다. 이에 따라 헌재는 신청 접수 6일 만에 신속히 효력정지 결정을 내렸다.

판결 의의

다만 헌재는 이 의원과 직접 관련된 사안의 제척 효력은 그대로 유지했다. 방송통신위원장 재직 당시 직접 관여한 업무와 의사결정, 방통위 2인 체제에서 이뤄진 KBS 이사 추천 및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선임 사안, 국정감사 위증 혐의 고발 사건, 대전MBC 사장 재직 당시 법인카드 사용 관련 업무상 배임 혐의 고발 사건 등 4개 영역의 국감 참여와 질의는 제한된다.

이번 결정으로 이 의원은 10월 22일 열리는 과방위 종합국정감사에 출석해 본인 재직 당시 사안을 제외한 일반 과학기술 및 방송통신 현안 감사를 진행한다. 다수 의석을 앞세운 포괄적 배제에 사법적 한계가 그어진 가운데, 상임위원장의 제척 행위가 국회의원 권한을 침해했는지를 다투는 권한쟁의심판 본안 판단은 추후 이어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