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65세 이전에 장애인 활동지원급여를 받지 못했던 고령 장애인은 65세 이후 새로 활동지원을 신청할 수 없도록 한 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첫 판단이 나왔다. 시설에 수용됐거나 학대 피해 등으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가 뒤늦게 자립에 나선 고령 장애인의 진입 통로가 사법 판단으로는 열리지 않게 됐다.
헌법재판소는 2026년 10월 22일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구 장애인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장애인활동법) 제5조 제2호 본문과 단서 가목에 대해 합헌 결정을 선고했다(2025헌가7). 이번 사건은 광주지방법원이 65세 이후 처음으로 활동지원급여를 신청했다가 나이를 이유로 거부당한 지적장애인 A 씨 사건의 재판 도중 제청한 위헌법률심판이다.
사실관계
심판대상에 오른 구 장애인활동법 조항은 노인장기요양보험법상 노인에 해당하는 65세 이상 장애인의 활동지원 신청 자격을 원칙적으로 제한했다. 다만 과거 이 법에 따른 수급자였다가 65세 이후 혼자 사회생활을 하기 어려워진 사람에게만 예외적으로 신청 자격을 열어뒀다.
심한 지적장애를 가진 A 씨는 과거 섬에서 노동착취를 당하다 벗어난 뒤 71세가 된 2024년 지역사회 자립을 위해 관할 지자체에 활동지원급여를 신청했다. 하지만 관할 군청은 신청 당시 65세를 넘겼다는 이유로 신청을 반려했다. A 씨는 반려처분 취소소송을 냈고 사건을 심리한 광주지법 제1행정부는 2025년 2월 평등원칙 위배 소지가 있다며 위헌법률심판을 직권 제청했다.
재판부 판단
헌재 다수의견(7인)은 65세 이전 수급 이력이 있던 장애인과 비수급자 집단을 달리 취급한 데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경제·사회활동이 활발한 6세 이상 65세 미만 장애인에게는 활동지원급여를, 간병과 요양 필요가 커지는 65세 이상 노인 장애인에게는 장기요양급여를 제공하도록 제도를 설계한 입법자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는 취지다.
헌재는 “예외 조항은 활동지원급여를 받다가 65세 이후 장기요양으로 전환되면서 급여량이 급격히 줄어 자립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기존 수급자의 감소분을 보전하기 위한 것”이라며 “65세 미만일 때 활동지원급여를 토대로 자립생활을 영위하지 않았던 비수급자 집단과는 본질적 차이가 있다”고 짚었다.
개인의 탓으로 돌릴 수 없는 사정으로 제도에 접근하지 못했던 고령 장애인에 대해서도 헌재는 “한정된 자원을 배분하고 점진적·단계적으로 혜택을 늘려가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사각지대 문제는 지원 대상자 발굴 수단의 실효성을 높여 해결할 영역이지, 신청 자격 체계 자체를 부정할 정도로 국가의 중대한 귀책사유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정계선·마은혁 재판관 반대의견
반면 정계선·마은혁 재판관은 평등원칙에 위배된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두 재판관은 본인의 귀책 없이 제도에 접근하지 못했던 장애인들은 기존 수급자보다 65세 이후 자립생활 지원이 더 절실하다고 봤다.
반대의견은 “활동지원급여는 월 한도액이 최고 829만3,000원에 달하지만 장기요양급여는 최고 251만2,900원에 불과해 급여량 편차가 상당하고 내용도 다르다”며 “국가가 수급권자 발굴 의무를 소홀히 해 발생한 결과를 근거로 65세 이후 신청 자격 자체를 박탈하는 것은 자립생활 지원의 문제점을 확대재생산하는 차별”이라고 비판했다.
판결 의의
이번 결정은 65세 이상 고령 장애인 사이에서 수급 이력 유무에 따라 활동지원 신규 신청 자격을 차등한 조항의 합헌성을 처음으로 확인했다. 앞서 헌재는 2020년 65세 미만 장애인이 노인성 질환으로 장기요양을 받는다는 이유만으로 활동지원을 배제한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바 있으나, 65세 이상 고령 구간에서의 일률적 배제는 입법 재량의 테두리 안에 있다고 선을 그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