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나 조부모 등 직계존속을 살해한 사람을 일반 살인범보다 무겁게 처벌하는 형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다시 나왔다. 2013년 선고 이후 13년 만에 이뤄진 재심판에서도 패륜성을 향한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 그대로 유지됐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소장 김상환)는 2026년 10월 22일 대심판정에서 직계존속 살해범을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한 형법 제250조 제2항 헌법소원심판 청구 사건을 재판관 8대 1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2022헌바95). 재판부는 같은 날 오염 위험이 심각한 방치 폐기물에 사전 조치명령 없이 지방자치단체가 행정대집행을 하고 비용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폐기물관리법 조항도 재판관 전원일치로 합헌 판단했다(2023헌바47 등).

사실관계

존속살해 조항 위헌소원을 낸 A 씨는 거동이 불가능하고 지속적인 보살핌이 필요한 중증 질환 부친의 외동아들이었다. A 씨는 2021년 4월 24일경부터 부친에게 처방약과 치료식, 물 공급을 중단해 방치하다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인 대구지방법원은 2021년 8월 13일 존속살해 혐의를 인정해 A 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2심과 대법원은 A 씨의 항소와 상고를 모두 기각해 판결을 확정했다. A 씨는 상고심 진행 중 존속살해 가중처벌 조항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으나 기각되자 2022년 5월 2일 헌법소원심판을 냈다.

헌법재판소 판단

합헌 의견을 낸 재판관 8인은 해당 조항이 평등원칙과 비례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보았다. 재판부는 "가해자가 직계비속인 경우 그 패륜성에 대한 고도의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인정되기 때문에 형을 가중한 것"이라며 "직계존비속 사이 인륜 관계를 보호하는 공익 목적이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법관이 정상참작 감경을 하더라도 다른 법률상 감경 사유가 없으면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없다는 사정만으로 존속살해 가중처벌 조항의 법정형이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반면 마은혁 재판관은 유일하게 위헌 반대의견을 남겼다. 마 재판관은 "탐욕에 의한 패륜 범죄도 있지만 오랫동안 직계존속의 가정폭력이나 학대에 시달리다 쌓인 분노가 폭발해 발생하는 범죄도 있는데, 가해자가 직계비속이라는 점만으로 비난 가능성이 일반 살인죄보다 크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구체적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법정형 하한을 징역 7년으로 일률 규정해 책임이 현저히 낮은 사건에서도 집행유예를 차단하는 것은 책임과 형벌의 비례원칙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판결 의의

존속살해죄는 1953년 형법 제정 당시 사형 또는 무기징역만 규정돼 있었으나, 1995년 법 개정으로 7년 이상의 징역형이 추가됐다. 헌재는 2013년 7월(2011헌바261 등)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합헌을 선고한 데 이어 이번에도 8대 1로 합헌 기조를 이어갔다.

형법상 일반 살인죄의 법정형은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다. 반면 존속살해죄는 하한이 7년이어서 판사가 정상참작으로 형을 절반 감경(작량감경)하더라도 징역 3년 6개월이 나온다. 형법상 집행유예는 3년 이하 징역형에만 선고할 수 있어 심신미약이나 자수 같은 법률상 감경 사유가 추가되지 않으면 판사가 단독으로 집행유예를 선고하기 어렵다. 이번 결정으로 가정폭력이나 극심한 간병 스트레스 등 특수 동기에 따른 존속살해 사건이라 하더라도 법 개정 전까지는 일률적인 하한 형량 적용이 이어지게 됐다.

재판부는 전북 익산시 폐석산에 폐주물사를 불법 매립해 침출수가 발생하자 지자체가 긴급대집행을 벌인 뒤 수탁 위탁업체 22곳에 비용을 물린 폐기물관리법 제49조 제2항 제3호 위헌소원도 합헌 결정했다. 재판부는 "주민 건강과 환경보전이라는 중대한 공익을 위한 것으로 적법절차원칙과 재산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