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이나 스토킹 피해자가 이혼소송을 낼 때 피신처 주소와 연락처가 가해자에게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법원이 소송서류를 송달하기 전에 개인정보 보호 여부를 직권으로 심사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당사자가 비공개 제도를 미처 알지 못해 신청하지 못하더라도 법원이 먼저 위험을 가려내 가해자의 접근을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0인은 2026년 10월 26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가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국회에 발의했다. 개정안은 이혼과 재산분할, 친권, 양육, 면접교섭 등 가사사건이 접수되면 법원이 당사자의 생명과 신체 위해 우려 여부, 주소·연락처 공개 의사를 먼저 확인하도록 했다. 아울러 보호조치 신청 방법도 의무적으로 안내하게 했다.
송달 전 직권 심사로 피신처 보호
개정안의 핵심은 위해 우려가 인정되거나 임시조치·잠정조치·피해자보호명령·신변보호조치 이력이 있는 사건을 법원이 우선 심사 대상으로 지정하는 데 있다. 법원은 소송기록 열람·복사나 소송서류 송달에 앞서 직권으로 개인정보 보호조치 여부를 사전 심사해 결정해야 한다. 법원이 관계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에 보호조치 사실 확인과 자료 제출을 요청할 수 있는 권한도 명시했다.
종전 가사소송 실무에서는 개인정보 보호 제도가 마련돼 있음에도 피해자가 직접 비공개 신청을 해야만 작동했다. 법원이 사전에 절차를 고지할 명시적 의무가 없다 보니 법률 지식이 부족한 피해자가 소송 도중 거주지를 그대로 노출하는 사각지대가 꾸준히 지적돼 왔다.
경기 광주 비극 재발 방지책
이번 입법은 2026년 9월 1일 경기 광주시에서 발생한 사건이 직접 계기가 됐다. 가정폭력을 피해 스마트워치를 차고 접근금지 명령까지 받아 피신해 있던 30대 여성이 이혼소장 송달 과정에서 주소가 남편에게 알려져 끝내 살해됐다. 당시 법원 측은 신청이 없어 원칙대로 처리했다는 입장을 냈다. 하지만 피해자 유족은 첫 소송을 겪는 피해자가 복잡한 비공개 절차를 스스로 챙기기는 불가능하다며 제도 개선을 호소했다.
허영 의원은 “폭력을 피해 어렵게 옮긴 거주지가 권리를 지키기 위해 시작한 소송 과정에서 가해자에게 알려지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며 “법원이 위험을 확인하고 소송서류를 보내기 전에 보호 여부를 판단하도록 하는 것이 개정안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국회에 접수된 이번 개정안은 소관 상임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거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