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멀고 소멸 위기가 심각한 지역일수록 국가 재정을 더 많이 지원받을 수 있는 법적 기준이 마련됐다. 부처마다 제각각 적용해 온 지방 지원 기준을 일원화하는 제도가 본격 가동되면서 자치단체 간 재정 배분을 둘러싼 희비도 엇갈린다.

정부는 2026년 10월 27일 대통령령 제36789호로 개정된 ‘지방자치분권 및 균형성장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을 공포하고 즉시 시행에 들어갔다. 이번 개정령은 모법 제명 변경에 맞춰 시행령 이름을 바꾸고, 국가가 지방자치단체를 우대해 지원하는 근거인 ‘지방우대지수’ 도입 조항을 신설했다.

법령 개정 내용과 기준

신설된 시행령 제44조의3은 행정안전부장관이 지방시대위원회의 심의와 의결을 거쳐 지방우대지수를 마련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지수 산정에는 서울특별시와의 거리, 사회·경제적 발전 정도, 인구감소로 인한 지역 소멸 위기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소관 정책과 사업 특성에 맞게 이 지수를 활용하도록 노력해야 하며, 세부 산정 및 활용 기준은 행정안전부장관 고시로 정하도록 했다.

앞서 제32차 지방시대위원회는 10월 19일 지방우대지수 마련안을 의결했고, 행정안전부는 전국 229개 시·군·구를 4개 권역으로 나눴다. 1권역 58곳, 2권역 55곳, 3권역 55곳, 우대 필요성이 가장 큰 4권역 61곳이다. 다만 자치단체 간 과도한 경쟁과 낙인효과를 막기 위해 개별 지자체의 구체적인 점수와 순위는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재정 차등과 현장 파장

지방우대지수는 국비 지원 사업부터 곧바로 적용된다. 지역사랑상품권 국비 지원율의 경우 종전에는 수도권 3%, 비수도권 5%, 인구감소지역 7%였으나 앞으로는 1권역 3%, 2권역 6%, 3권역 8%, 4권역 9%로 개편된다. 4권역에 속한 인구감소지역은 기존보다 국비 지원율이 2%포인트 오르는 셈이다. 정부는 2027년부터 조달, 세제 감면, 규제 특례 등 기업 지원 정책 전반으로 권역별 차등 적용을 넓힐 방침이다.

반면 서울과의 거리가 주요 잣대로 쓰이면서 지리적 불이익을 호소하는 자치단체의 반발도 크다. 군사시설보호구역 등 규제를 받는 경기 북부 지자체들은 대부분 서울과 가깝다는 이유로 1권역에 묶여 혜택에서 배제됐다는 입장이다. 양주시와 의정부시 등은 중첩 규제 속에서 또 다른 불이익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2025년 KDI 지역낙후도 151위였던 강원도 인제군 역시 도내 대도시와 같은 2권역으로 묶이자 10월 21일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평가 방식 개선을 공식 요구했다.

향후 일정

행정안전부는 지수의 구체적 산정·활용 기준을 담은 행정규칙 ‘지방우대지수 운영 및 관리 규정’ 제정안을 11월 2일까지 행정예고한 뒤 확정 고시할 계획이다. 이어 2027년도 회계연도부터 각 중앙부처의 예산 편성 및 국고보조사업 전반에 본격 반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