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영해에서 뚜렷한 이유 없이 닻을 내리거나 맴도는 외국선박, 바다 위에서 기름이나 부속품을 주고받는 선박을 강제 정선하거나 나포할 수 있게 됐다. 영해를 단순히 지나가는 통항과 무관한 행위를 시행령에 구체적으로 명시해, 해양경찰 등 관계 당국의 현장 단속과 처벌 근거를 명확히 세웠다.
외교부는 이 같은 기준을 담은 영해 및 접속수역법 시행령 일부개정령(대통령령 제36786호)을 2026년 10월 27일 공포하고 즉시 시행했다. 정부는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공포 당일부터 바뀐 규정을 전 해역에 적용하기로 했다.
신설된 제6조의2는 법 제5조 제2항 제13호가 위임한 '통항과 직접 관련 없는 행위'의 유형을 두 가지로 규정했다. 통상적인 항행에 따르지 않는 정박·정류·계류·배회 행위와, 통항과 직접 관련 없이 다른 선박에 관세법상 선박용품을 공급하거나 공급받는 행위다. 이러한 행위를 한 외국선박은 영해의 평화와 공공질서 또는 안전보장을 해친 것으로 간주된다. 다만 해상교통안전법 제31조 제2항에 따라 조난이나 불가항력, 긴급 인명 구조 등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처벌 수위는 무겁다. 영해 및 접속수역법에 따라 비무해통항 행위를 저지른 외국선박의 승무원이나 승선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해양경찰 등 관계 당국은 혐의 선박에 정선명령을 내릴 수 있고, 불응하거나 위법 사실이 확인되면 선박을 검색·나포해 강제 조치할 수 있다.
그동안 상위 법률에는 통항과 직접 관련 없는 행위를 금지하는 포괄 조항이 있었으나, 하위 시행령에 구체적인 요건이 규정되지 않아 현장 단속 과정에서 법적 다툼이 발생할 소지가 컸다. 특히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 등에서 불법 조업선에 유류와 보급품을 전달하거나 단속망을 피해 배회하는 행위를 제재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외교부는 판단 기준을 명확히 해 외국선박 무해통항 판단의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현장 단속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해운업계와 외국선박 운항자는 대한민국 영해를 지날 때 정당한 피난 사유 없이 저속으로 표류하거나 해상에서 물품을 환적하지 않도록 통항 경로를 지켜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