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만 원을 들여 국제결혼을 맺었으나 상대 배우자가 입국을 차일피일 미루는 사례가 적지 않다. 부부관계를 거부하거나 현지에 숨겨둔 자녀를 갑작스럽게 데려와 혼인이 파탄에 이르는 피해도 잇따른다. 피해자들은 결혼중개업체와 외국인 배우자를 상대로 형사고소를 벼르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단순한 태도 불량이나 채무불이행만으로는 형법상 사기죄가 성립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형법 제347조가 규정하는 사기죄는 타인을 기망해 재산상 이익을 취해야 성립하며, 위반 시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핵심은 계약 체결 당시부터 속일 의도, 즉 ‘편취의 고의’가 있었는지를 증명하는 일이다. 결혼 이후 배우자가 문자에 답하지 않거나 성관계를 기피했다는 사정만으로는 처음부터 혼인 의사가 전혀 없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워 기소까지 이어지기 힘든 실정이다.

외국인 배우자가 참다운 부부관계를 형성할 의사 없이 오로지 대한민국 체류자격(F-6) 취득이나 금전 편취만을 노렸다는 객관적 증거가 있어야 법적 구제의 길이 열린다. 대법원은 외국인 배우자가 체류자격 획득만을 목적으로 가장혼인을 한 사안에서 민법 제815조 제1호에 따른 혼인무효를 인정했다(2010므574). 조경희 법무법인 대륜 변호사는 “국제결혼사기는 단순한 갈등을 넘어 체류자격 취득이나 금전 편취를 목적으로 혼인을 가장한 경우”라며 참다운 부부관계 설정 의사가 없었음을 증명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결혼식 당일 현지에서 사전에 알리지 않은 숨겨둔 자녀가 나타난 사안은 중개업체의 법적 책임을 묻는 핵심 쟁점이다. 결혼중개업의 관리에 관한 법률 제10조의2는 중개업자가 맞선 전 혼인경력, 건강상태, 직업 등 공증된 신상정보를 번역·제공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용자는 제25조에 따라 중개업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관청에 보증보험금 지급을 신청할 수 있다.

김동훈 클리어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사기죄는 기망행위로 착오에 빠져 재산적 처분을 하였다는 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한다”며 “자녀의 존재를 알리지 않은 사정이 있더라도 이것이 구체적인 재물 교부 행위로 이어졌는지는 엄격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역시 출산 경력 미고지를 사기로 인한 혼인취소(민법 제816조 제3호) 사유로 검토할 때 양육 책임과 당사자 관계 형성 여부를 종합해 따져야 한다고 판단했다(2015므651).

초청인의 소득 부족에도 불구하고 “비자가 무조건 나온다”고 장담한 중개업체의 행위 역시 손해배상 대상이다. 법무부 고시에 따르면 결혼동거(F-6) 사증을 발급받으려면 2인 가구 기준 연간 세전 소득(2025년 기준 2,359만5,948원, 2026년 기준 2,519만5,752원)을 반드시 충족해야 한다. 객관적으로 발급 요건을 갖추지 못했음에도 허위 안내로 계약을 유도했다면 중개업체의 과실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피해를 본 이용자는 형사고소에만 매달리기보다 중개업체를 상대로 한 계약금 반환 및 보증보험금 청구, 가정법원에 사기 혼인 취소 청구를 병행해야 한다. 사기로 인한 혼인취소 소송은 사기를 안 날부터 3개월 이내에 제기해야 하므로 제척기간을 넘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