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상임위원회가 다수결로 소속 의원의 국정감사 참여를 전면 배제한 조치에 헌법재판소가 제동을 걸었다. 의원에게 직접 이해관계가 있더라도 해당 사안에 한정해 참여를 제한해야지 국정감사 권한 자체를 포괄적으로 박탈할 수는 없다는 헌정사상 첫 사법 판단이다.
헌법재판소는 2026년 10월 21일 국회의원 이진숙과 국민의힘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낸 효력정지가처분신청(2026헌사1914)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일부 인용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과방위가 내린 감사중지 의결 가운데 이 의원 본인의 과거 직무와 형사사건 등 4개 범주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의 효력을 권한쟁의심판 본안(2026헌라10) 종국결정 선고 시까지 정지했다. 신청인 측 대리는 법무법인 용산(담당변호사 노수철)이 맡았다.
사실관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이진숙 의원은 2026년 10월 12일 열린 과방위 국정감사에서 과거 방통위 2인 체제의 YTN 민영화 승인 의결을 두고 질의하며 자신의 이름을 언급했다. 야당 위원들은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상 직접 이해관계가 있는 자가 피감기관을 감사한다며 반발했다.
송기헌 과방위원장은 감사를 중지하고 전체회의를 열어 ‘2026년도 국정감사 이진숙 위원 제척의 건’을 상정했다. 무기명 표결 결과 재적 19명 중 재석 12명 전원 찬성으로 제척안이 가결 선포됐다. 방통위뿐 아니라 공영방송사 감사와 종합감사까지 이 의원의 감사를 중지시키는 내용이었다. 이 의원과 국민의힘은 상임위원장의 가결 선포 행위가 헌법상 국회의원의 권한을 침해한다며 권한쟁의심판과 효력정지가처분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 판단
헌법재판소는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13조 제1항의 ‘그 사안에 한정하여’라는 문언에 주목했다. 헌재는 "본회의 또는 위원회 의결로 해당 의원의 감사를 중지시킴에 있어서는 직접 이해관계가 있거나 공정을 기할 수 없는 현저한 사유가 있는 그 사안에 제척 의결을 할 수 있을 뿐, 제척 사유가 있다고 하여 포괄적으로 감사를 제한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감사중지 효력이 유지될 경우 이 의원이 핵심적인 국정통제 권한을 행사하지 못해 회복하기 어려운 중대한 손해가 발생한다고 봤다. 다만 이 의원과 직접 관련된 사안은 제척 효력을 유지해 신청을 기각했다. 방통위원장 재직 당시 관여한 업무와 2인 체제 의결 사안, 국감 위증 혐의 및 대전MBC 사장 재직 시절 업무상 배임 혐의 고발 사건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미 종료된 10월 12일과 16일 국감 부분은 소의 이익이 없어 각하했다.
정당인 국민의힘이 낸 신청에 대해서는 당사자능력이 없다고 보고 각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정당은 사적 결사와 국회 교섭단체로서의 이중적 지위를 가지나 어떠한 지위에서든 국가기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어 권한쟁의심판의 당사자능력이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2020년 선례를 재확인했다.
판결 의의
이번 결정으로 이진숙 의원은 2026년 10월 22일 과방위 종합감사에 출석할 수 있게 됐으나, 본인과 직결된 4개 사안은 질의가 엄격히 제한됐다. 헌재는 다수 의석을 앞세워 특정 의원의 감사 권한을 통째로 묶어두는 국회 관행에 명확한 법적 한계를 설정했다. 상임위원장의 제척 가결 선포 행위 자체의 위법성을 다투는 본안 권한쟁의심판 심리는 계속 진행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