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자 7명이 숨진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타워 붕괴 사고의 직접 원인은 발파 전 과도한 기둥 절단과 부실한 구조검토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구조물 하중을 520톤이나 적게 계산하고 얇은 철판 두께를 실제보다 두껍게 적용해 기둥 지지력을 깎아낸 총체적 인재라는 결론이다.
국토교통부와 울산화력발전소 해체공사 붕괴사고 사고조사위원회(위원장 이경구 단국대 교수)는 2026년 10월 30일 이 같은 내용의 사고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2025년 11월 18일 사조위가 꾸려진 이후 최초 붕괴 부위 추가 조사 등을 거치며 약 11개월 동안 원인 규명을 진행한 결과다.
사고 경과와 직접 원인
참사는 2025년 11월 6일 오후 2시 7분경 울산 남구 용잠동 한국동서발전 울산발전본부 화력발전소 4~6호기 해체공사 현장에서 일어났다. 1980년 7월 준공된 높이 63.4m의 5호기 보일러타워를 발파 철거하기 위해 기둥과 보 부재를 미리 잘라내는 사전 취약화 작업을 진행하던 중 타워가 주저앉았다. 이 사고로 현장 작업자 9명 가운데 7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조위는 붕괴의 직접 원인으로 기둥이 버틸 수 있는 한계 이상으로 단면을 잘라내 상부 하중을 이기지 못하고 꺾이는 국부좌굴(local buckling)을 지목했다. 취약화 작업 과정에서 기둥 내력이 급격히 떨어졌고 상부 무게를 견디지 못하면서 구조물 전체가 연쇄 붕괴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520톤 하중 누락에 철판 두께 오류
조사 결과 해체 전 진행된 구조검토 과정에서 중대한 수치 오류와 계산 누락이 거듭 확인됐다. 실제 철거 잔해물 무게는 3,525.8톤이었으나 사전 구조검토 단계에서는 3,005.8톤만 반영해 하중을 520톤이나 과소평가했다.
기둥 두께 산정 방식도 허술했다. 상부로 갈수록 철판이 얇아지는 구조물 특성을 반영하지 않은 채 지상층 1곳에서 측정한 24㎜ 두께를 상부 전체에 일괄 적용했다. 최초 붕괴가 일어난 지상 26.2~27.2m 구간의 실제 철판 두께는 15㎜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단면 절단 뒤 남은 기둥의 국부좌굴 위험성을 검토하지 않았고 장기 노후 변형이나 작업 손상에 대비한 안전여유율도 두지 않았다.
감리 없는 공작물 분류와 발주처 관리 공백
시공과 사업관리 체계 역시 구멍이 뚫려 있었다. 원도급사인 HJ중공업은 하도급 전문업체인 코리아카코의 판단에 의존해 시공상세도와 현장 조건이 일치하는지 면밀히 대조하지 않았다. 발주자인 한국동서발전은 외부 건설사업관리자(감리) 없이 직접 현장 감독을 맡았으나 참여 주체들의 설계 오류를 사전에 걸러내지 못했다.
한국동서발전이 2024년 9월 해체 허가를 신청하면서 보일러타워를 건축물이 아닌 공작물로 분류한 점도 안전 공백을 불렀다. 건축물관리법상 해체감리자 지정과 해체계획서 제출 절차를 비껴가면서 법정 상주감리원 없이 고위험 작업이 이뤄진 탓이다.
행정처분 의뢰와 중대재해처벌법 수사
국토부는 조사 결과를 지자체와 수사기관에 통보해 시공사와 발주자를 상대로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과 사법 절차를 밟도록 할 방침이다. 현재 울산지방검찰청 전담수사팀과 경찰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과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두고 관련자 책임 규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조위는 2026년 11월 중 국토부에 최종보고서를 제출하고 이를 건설안전 종합정보망에 공개한다. 국토부는 서울 서소문고가차도 철거공사 붕괴 사고 조사 결과까지 취합해 대형 공작물 해체 안전관리와 발주자 책임을 강화하는 제도 개선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