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동료끼리 주고받은 대화라 하더라도 같은 공간에서 이를 들은 제3자가 성적 굴욕감을 느꼈다면 직장 내 성희롱이 성립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화 상대방이 불쾌감을 표시하지 않았더라도 주변 동료에게 적대적인 근로환경을 조성했다면 정직과 같은 중징계 처분도 정당하다는 취지다.

법원은 A 회사 직원 B 씨가 중앙노동위원장을 상대로 낸 재심판정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피고 보조참가인으로 참여한 A 회사는 법무법인 지평 노동그룹의 심요섭(사법연수원 39기), 강바다(변호사시험 10회) 변호사가 대리했다.

사실관계

A 회사 직원 B 씨는 사내에서 동료 직원과 대화하던 중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발언을 했다. 당시 대화 상대방이 아닌 같은 자리에 동석해 해당 발언을 들은 다른 직원이 성적 굴욕감을 호소하며 문제를 제기했다.

A 회사는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을 근거로 B 씨의 발언이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보아 정직 처분을 내렸다. B 씨는 부당징계를 주장하며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냈으나 기각되자, 중앙노동위원회 재심판정을 취소해 달라며 행정소송을 냈다.

재판부 판단

재판부는 발언의 직접 상대방이 아닌 제3자가 성적 불쾌감을 느낀 경우에도 직장 내 성희롱이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대화를 직접 주고받은 당사자가 불쾌해하지 않았더라도, 같은 자리에서 들은 제3자가 성적 굴욕감을 느꼈다면 징계 사유가 되는 성희롱으로 봐야 한다는 이유다.

이어 직장 내 성희롱을 이유로 B 씨에게 내려진 정직 처분의 양정 역시 적정하다고 판단해 B 씨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특정인을 직접 지목하지 않았더라도 사내에서 성적 굴욕감을 유발하는 환경을 만든 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판결 의의

대법원은 남녀고용평등법상 성적 언동의 범위에 상대방에게 직접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준 사례뿐 아니라, 다른 사람이나 매체를 거쳐 전파하는 간접적인 방식으로 굴욕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행위도 포함된다고 판단해 왔다(2021다219529). 성희롱 성립에 행위자의 성적 동기나 의도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대법원 법리(2007두22498)와도 맥을 같이한다.

고용노동부 집계 기준 2024년 직장 내 성희롱 신고가 하루 평균 4.69건 접수되는 등 분쟁이 늘어나는 상황이다. 이번 판결은 사내 개방된 공간이나 동료들이 들을 수 있는 자리에서 한 부적절한 언동 역시 징계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분명히 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