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에게 사용 목적을 속이고 돈을 빌려 도박 자금으로 썼다면, 일부 금액을 갚고 피해자가 고소를 취하했더라도 형사처벌을 피하기 어렵다. 사기죄는 피해자의 고소나 처벌 의사와 상관없이 수사기관이 수사하고 기소할 수 있는 범죄이기 때문이다.

최근 온라인 법률상담에는 지인에게 거짓 용도를 대고 500만 원을 빌려 도박에 사용한 A 씨의 사연이 올라왔다. A 씨는 뒤늦게 도박 사실을 털어놓고 200만 원을 갚았으며, 남은 300만 원을 갚기로 약속해 피해자가 경찰 고소를 취하했다. 그러나 변제 기일을 한 차례 미루자 피해자는 다시 형사와 민사 절차를 밟겠다고 통보했다. A 씨는 11년 전에도 5,000만 원을 빌려 도박을 하다 구속된 뒤 합의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

단순히 돈을 빌린 뒤 제때 갚지 못하면 민사상 채무불이행에 그치지만, 처음부터 용도를 속였다면 형법 제347조 제1항의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다. 대법원 판례는 돈을 빌릴 당시 진정한 용도를 말했더라면 상대방이 빌려주지 않았을 관계에 있을 때 기망행위를 인정한다(95도707, 95도2828). 한병철 법무법인 대한중앙 대표변호사는 "일부를 갚고 나중에 용도를 고백한 사실은 살펴볼 사정이지만 처음 빌릴 당시의 고의를 곧바로 없애지는 못한다"고 설명했다.

피해자가 한 차례 고소를 취하했다는 점도 수사를 멈추는 사유가 되지 않는다. 형사소송법 제232조 제2항은 고소를 취소한 사람이 다시 고소하지 못하도록 규정하지만, 이는 친고죄와 반의사불벌죄에만 적용된다. 일반 사기죄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고소가 취하된 뒤에도 피해자가 다시 처벌을 요구하거나 수사기관이 직권으로 수사를 이어갈 수 있다. 김선호 법무법인 강현 변호사는 "사기죄는 단순히 피해자가 고소를 취하했다고 자동으로 사라지는 친고죄가 아니므로,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더라도 검찰이 기소할 수 있는 사례들이 존재한다"고 짚었다.

과거 동종 전과는 재판 과정에서 형량을 정할 때 불리한 요소로 작용한다. 11년 전 집행유예 전력은 금고 이상 실형이 끝난 뒤 3년 이내에 죄를 지었을 때 적용하는 형법 제35조의 누범가중 대상은 아니다. 하지만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일반사기 양형기준(제1유형 1억 원 미만, 기본 징역 6월~1년 6월)에서 동종 전과와 도박 등 비난할 만한 범행 동기는 가중요소에 해당한다.

수사가 재개되면 경찰 출석 요구에 응해 사실관계를 정확히 진술하고 피해 회복에 주력해야 한다. 임효승 법무법인 홍림 총괄대표변호사는 "차용 당시 용도나 변제 능력·의사를 속였고 그것이 대여 결정에 영향을 주었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없는 사실까지 인정하거나 불리한 자료를 숨기기보다 사실관계를 정확히 구분하고, 실제 이행 가능한 변제 계획과 자료를 갖춰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재판에 넘겨지더라도 선고 전까지 남은 피해 금액을 꾸준히 갚고 합의서를 제출하면 양형에서 감경요소로 참작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