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변동 없이 임대차 기간만 늘리는 전세 연장 계약을 맺을 때 새 계약서에 확정일자를 다시 받아도 기존 우선변제 순위는 뒤로 밀리지 않는다. 집주인의 요구로 주택임대차계약신고를 거쳐 새 확정일자가 자동으로 부여되더라도 최초 계약으로 갖춘 1순위 권리는 그대로 유지된다.

최근 전세사기와 역전세 우려 속에 보증금 변동 없는 재계약 과정에서 확정일자를 새로 받으면 종전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소멸한다는 불안이 세입자들 사이에 번지고 있다. 하지만 법원 판례와 정부 유권해석에 따르면 계약 내용의 실질적 동일성이 유지되는 한 종전 계약에 기초한 권리는 사라지지 않는다.

기존 계약 동일성 유지되면 종전 순위 그대로

대법원은 기존 임대차 계약과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기간이나 조건 일부를 갱신·변경한 경우 종전 계약에 따른 대항요건과 확정일자의 우선변제 효력이 소멸하지 않는다고 판시해 왔다(2002다21285). 계약서를 새로 작성했더라도 보증금 증액이 없다면 최초 확정일자를 받은 시점을 기준으로 권리 순위가 고정된다.

연장계약서에 확정일자를 새로 날인하거나 주택임대차계약신고로 확정일자가 부여돼도 마찬가지다. 새 확정일자는 그 일자대로 공적 증명이 하나 더 남는 것일 뿐, 먼저 갖춰둔 기존 확정일자의 효력을 취소하거나 대체하지 않는다.

보증금 증액 없으면 임대차신고 의무도 제외

보증금 변동이 없는 단순 기간 연장은 주택임대차신고 의무 대상도 아니다.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4조의3 제1항은 계약을 갱신할 때 보증금과 차임의 증감 없이 임대차 기간만 연장하는 계약은 신고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규정한다. 신고하지 않더라도 과태료 처분을 받지 않는다.

국토교통부 역시 보증금과 월세 변동이 없는 기간 연장 갱신계약은 신고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임대인이나 대출기관의 요청으로 신고를 진행해 확정일자가 자동 부여되더라도 세입자의 기존 순위에는 법적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는다.

핵심은 '종전 계약서 원본 보관'과 점유 유지

세입자가 실무상 가장 주의해야 할 대목은 종전 계약서 보관이다. 새 연장계약서를 작성했다고 해서 최초 확정일자 도장이 찍힌 기존 계약서를 버리거나 찢으면 추후 경매나 공매 절차에서 선순위 권리를 입증하기 어렵다. 대한법률구조공단과 서울시 임대차상담실은 기존 계약서와 신규 연장계약서를 함께 묶어 원본으로 보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아울러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2 제2항에 따른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온전히 지키려면 주민등록 전입과 주택의 실제 점유를 중단 없이 유지해야 한다. 새로 작성하는 계약서 특약란에는 '본 계약은 종전 임대차계약의 보증금 및 조건 변동 없는 기간 연장 계약임'을 명시해 계약의 연속성을 분명히 남겨두는 편이 분쟁 예방에 유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