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 보복하거나 협박할 목적으로 그 사람이 기르는 반려동물을 괴롭혔다면 동물보호법상 동물학대죄로 처벌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사람의 생명이나 재산 피해를 막으려는 상황이 아니었더라도 아무런 이유 없이 또는 위협 방지와 무관한 이유로 동물에게 상당한 신체적 고통을 가했다면 처벌 대상에 포함된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2026년 10월 27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협박등) 및 동물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의 유죄 판결을 확정했다(2026도1118).
사실관계
A 씨는 범행 당시 배우자였던 B 씨가 자신의 범행을 수사기관에 신고하자 보복하고 협박할 목적 등으로 B 씨가 기르는 고양이에게 유형력을 행사해 고통을 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에서는 행위 당시 적용되던 구 동물보호법(2022년 4월 26일 법률 제18853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8조 제2항 제4호와 같은 법 시행규칙(2023년 4월 27일 농림축산식품부령 제584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4조 제6항 제1호의 해석이 쟁점이 됐다. 해당 시행규칙 조항은 정당한 사유 없이 신체적 고통을 주거나 상해를 입히는 행위의 하나로 ‘사람의 생명·신체에 대한 직접적 위협이나 재산상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다른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물에게 신체적 고통을 주거나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규정하고 있었다. 사람에게 보복·협박하려는 목적처럼 애초에 위협이나 재산 피해를 방지하려는 상황 자체가 없었던 경우에도 이 규정을 적용해 처벌할 수 있는지가 문제 됐다.
원심 판단
원심은 A 씨가 피해 고양이에게 가한 행위가 동물보호법이 금지하는 동물학대에 해당한다고 보고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했다. A 씨는 법리 오해 등을 이유로 상고했다.
대법원 판단
대법원은 구 동물보호법 제8조 제2항 제4호와 시행규칙 제4조 제6항 각 호에서 말하는 ‘동물에게 신체적 고통을 주거나 상해를 입히는 행위’의 의미부터 짚었다. 이는 불필요하거나 피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동물에게 신체의 완전성을 훼손하거나 생리적 기능에 장애를 초래하는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뜻한다. 또 그에 준하는 정도로 상당한 신체적 고통을 가해 동물의 신체건강 또는 발달을 해치는 등 동물학대로 평가될 수 있는 정도에 이르는 행위를 말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 사건 규정이 오로지 사람의 생명·신체에 대한 직접적 위협이나 재산상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나 상황이 있는 경우에만 적용된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그와 같이 해석할 경우 사람의 생명·신체에 대한 직접적 위협이나 재산상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부득이하게 동물에게 신체적 고통을 주거나 상해를 입혔다고 하더라도 그 행위 외에 다른 방법이 있었다면 이 사건 규정에서 금지하는 학대행위에 해당하여 동물학대로 처벌할 수 있게 되는데, 그러한 목적이나 상황이 전혀 없음에도 아무런 이유 없이 또는 사람의 생명·신체·재산에 대한 위협이나 피해 방지 등과 무관한 이유로 동물에게 신체적 고통을 주거나 상해를 입히는 행위는 그보다 비난가능성이 훨씬 높음에도 구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제4조 제6항 각 호에서 규정한 금지되는 학대행위에 해당하지 않아 동물학대로 처벌할 수 없게 되는 불합리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A 씨가 피해 고양이에게 유형력을 행사한 동기와 경위, 행위 전후의 사정, 평소 B 씨가 기르는 고양이들에게 보인 폭력성이나 유사 행위의 반복성, 피해 고양이가 보인 반응 등을 종합했다. 그 결과 A 씨가 B 씨를 협박할 목적 등으로 피해 고양이에게 상해에 준하는 정도로 상당한 신체적 고통을 가해 동물학대에 해당하는 행위를 했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판결 의의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구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제4조 제6항 제1호의 내용이 그대로 법률로 상향 규정된 현행 동물보호법 제10조 제2항 제4호 (가)목의 동물학대 내용도 마찬가지로 해석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사람 간 갈등에서 상대방을 압박하기 위해 반려동물에게 고통을 가하고도 ‘위협이나 재산 피해 방지 상황이 아니었다’며 법 조문 문언을 근거로 내세우는 방어 논리는 현행법 아래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게 됐다. 동물보호법상 신체적 고통을 주거나 상해를 입히는 동물학대를 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