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재계약 조건이 맞지 않아 퇴거를 준비하던 상가나 주택 세입자에게 임대인이 새 임대차 계약의 중개수수료를 요구해 갈등을 빚는 사례가 잦다. 하지만 사전에 맺은 명시적 약정이 없다면 기존 세입자가 새 계약의 중개수수료를 낼 이유는 없다.
임대차 시장에서는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나갈 때 세입자가 중개수수료를 부담하는 관행이 퍼져 있다. 이는 임대인이 중도 계약 해지에 합의해 주는 대가로 손해배상조의 수수료 대납 특약을 걸었을 때만 유효할 뿐, 법률상 정해진 의무가 아니다.
중개의뢰인 아닌 종전 임차인…법적 부담 근거 없어
공인중개사법 제32조 제1항은 개업공인중개사가 중개업무에 관하여 중개의뢰인에게 소정의 보수를 받도록 규정한다. 같은 법 시행규칙 제20조 제1항에 따라 보수는 거래당사자인 중개의뢰인 쌍방이 각각 지급한다. 새 임대차 계약의 중개의뢰인은 임대인과 새로 들어올 임차인이다. 종전 임차인은 계약 당사자가 아니므로 중개보수 청구 대상이 되지 않는다.
법제처 법령해석(안건번호 09-0384) 역시 임차인이 만료 전 퇴거를 위해 직접 중개를 의뢰하더라도 공인중개사법상 중개보수를 내야 하는 중개의뢰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국토교통부 행정해석도 계약이 정상 만료되거나 합의 해지될 때 발생하는 중개보수는 거래 당사자인 임대인과 신규 임차인이 각자 내는 것이 원칙이며, 유효한 특약이 없다면 종전 임차인에게 물릴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한다.
법원 "특약 없으면 전액 반환" 일관된 판단
법원 판결도 명확하다. 서울지방법원은 임차인이 1년 계약 중 9개월 만에 퇴거해 임대인이 새 세입자를 들이며 쓴 중개수수료를 보증금에서 뺀 사건(97나55316)에서 임차인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임대차계약 만료 전 퇴거하더라도 임대인이 새 임차인과 임대차계약을 맺으며 지출한 중개수수료는 임차인이 부담하기로 하는 특별한 약정이 없는 한 임대인이 부담해야 한다"며 차감한 수수료 전액을 돌려주라고 선고했다.
대법원도 2024년 1월 4일 선고한 판결(2023다252162)에서 개업공인중개사는 중개업무를 의뢰하지 않은 거래당사자에게 별도 지급 약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중개보수를 청구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계약 조건이 맞지 않아 임대인 요구로 매물을 내놓고 이사 시기를 맞춘 사안에서도 기존 세입자가 중개수수료를 부담해야 할 법적 근거는 없다.
임대인 일방 공제 땐 분쟁조정·소송 대응
임대인이 '몇 달 더 머물렀다'거나 '퇴거에 동의했다'는 이유를 들어 보증금에서 새 중개수수료를 일방적으로 공제하고 지급한다면 부당이득 반환 청구 대상이 된다. 대한법률구조공단과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는 사전 약정 없는 중개보수 차감을 정당한 공제 사유로 인정하지 않는다.
임차인은 임대인의 일방적 수수료 요구에 동의할 의무가 없다. 보증금을 전액 돌려받지 못하면 상가·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거나 임대차보증금 반환 청구 소송을 낼 수 있다. 반대로 임대인이 조기 퇴거에 응하며 중개수수료를 임차인에게 물리려면 반드시 해지 합의 단계에서 중개수수료 부담에 관한 명시적 서면 특약을 남겨야 효력을 인정받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