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임대차보호법상 1회 보장된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해 거주하던 세입자가 집주인과 합의해 계약을 중도 해지한 뒤 다시 계약서를 쓴다면 갱신요구권을 또 쓸 수 있을까. 전월세 시장에서 합의해지와 재계약이 잦아지면서 세입자와 집주인 사이에 권리 소진 여부를 둘러싼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2항을 보면 세입자는 계약갱신요구권을 1회에 한하여 행사할 수 있으며 갱신되는 임대차 존속기간은 2년이다. 법무부와 국토교통부 공식 유권해석은 세입자가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해 계약을 연장한 경우 해당 주택 임대차 관계에서 법률상 보장된 1회의 갱신요구권은 소진된 것으로 본다. 반면 세입자가 갱신요구권을 쓰지 않고 단순 합의로 조건을 바꿔 재계약했다면 이후 갱신요구권 1회를 행사할 수 있다.

문제는 이미 갱신권을 써서 연장한 계약을 중도에 합의해지한 뒤 새로 계약서를 작성하는 사례다. 이 신규 계약이 기존 갱신 계약의 연장에 불과한지, 종전 계약을 완전히 끝내고 체결한 독립된 새 임대차 계약인지에 따라 추가 갱신요구권 발생 여부가 갈린다.

법원은 계약서 문구와 핵심 조건의 변동 폭을 종합해 실질적인 계약 성격을 가린다. 서울중앙지방법원(2022가단5357636 판결)은 보증금이나 월세 등 핵심 계약 조건이 통상적인 5% 상한 범위를 크게 벗어나 대폭 바뀌거나 당사자 간 새로운 합의로 체결된 경우 종전 임대차의 연장이 아닌 새로운 계약 체결로 봤다. 별개 신규 계약으로 인정되면 세입자에게 다시 1회의 계약갱신요구권이 발생할 수 있다.

반면 계약서 특약사항에 종전 갱신요구권을 이미 사용했다는 점을 명시했거나 기존 계약의 변경 연장 수준에 그친다면 추가 갱신요구는 제한될 수 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10조는 세입자에게 불리한 약정을 무효로 규정하지만, 이미 행사해 소진된 권리의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특약 자체는 법적 효력을 다투는 핵심 기준이 된다.

대한법률구조공단은 단순한 기간 연장인지 독립된 새 임대차 계약인지 분쟁을 막으려면 계약 체결 시 성격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 계약서 작성 단계에서 해당 계약이 갱신요구권 행사에 따른 것인지, 상호 합의에 따른 단순 재계약인지, 기존 계약을 끝내고 새로 체결하는 단독 신규 계약인지 특약란에 명시해야 법적 다툼을 예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