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기숙사 룸메이트 사이의 갈등 중 나온 살해 위협 발언이라도, 피해 당사자가 되묻는 과정에서 재차 같은 취지로 답했다면 형법상 협박죄가 성립한다는 법조계 판단이 나왔다. 단순한 홧김의 항변을 넘어섰다는 이유다. 사건을 사내 인사팀에 신고해 분리 조치를 요구하는 행위 역시 명예훼손의 공연성에 해당하지 않아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

발단은 직장 기숙사 2인실 내 생활 갈등이었다. 신규 입주한 A 씨가 방에서 야식을 먹은 문제로 기존 거주 동료 B 씨와 다툼이 생겼고, 회사 선임이 중재에 나섰다. 중재 도중 B 씨는 선임에게 "저 새끼 죽여버려야 돼"라고 말했고, 이를 들은 A 씨가 다가가 "저 죽여버리겠다고요?"라고 묻자 B 씨는 "어, 죽여버릴 거라고"라고 재차 답했다. A 씨는 이 대화 상황을 1분 17초간 직접 녹음한 뒤 법적 대응 여부를 검토했다.

단순 혼잣말 아닌 직접 재확인…해악 고지 성립

법률사무소 일강 이강욱 변호사는 네이버 지식iN 전문가 상담에서 "단순히 제3자에게 홧김으로 흘린 말이었다면 협박죄 성립이 다퉈질 여지가 있었겠지만, 피해자가 직접 물었을 때 '어, 죽여버릴 거라고'라고 재진술한 것은 피해자 본인에게 직접 고지된 명확한 해악의 통고로 평가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통상 단순한 감정적 욕설이나 일시적 분노 표시에 불과해 가해 의사가 없음이 명백한 때에는 협박죄를 인정하지 않는다(대법원 2006도546 판결). 다만 행위자와 피해자의 관계, 거주 공간의 밀접성, 발언 경위와 구체성을 종합해 판단한다. 생명을 향한 구체적 위협을 피해자 면전에서 명시적으로 재확인했다면 상대방에게 현실적인 위해 가능성을 인식시켰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형법 제283조 제1항의 협박죄가 성립한다는 것이 법조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처벌 수위와 증거 확보 실무

처벌 수위를 두고 이 변호사는 "초범에 피해자와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벌금형이나 기소유예 사이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협박죄는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형법 제283조 제3항)여서 합의 여부가 처벌 수위에 큰 영향을 미친다.

형사 고소를 진행할 때는 당사자가 직접 참여해 녹음한 음성 파일과 함께, 현장에서 상황을 말린 중재 선임을 고소장에 참고인으로 기재해 경찰 조사를 요청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대화 당사자 간의 녹음은 통신비밀보호법상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하지 않는다.

인사팀 신고와 직장 내 괴롭힘 적용

피해 사실을 회사 인사팀에 알리는 행위는 형법 제307조의 명예훼손죄로 처벌받을 위험이 낮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조치를 전담하는 소수의 인사·감사 담당자에게 피해 사실을 보고하는 것은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없어 '공연성' 요건이 부정되기 때문이다.

사내 기숙사라는 준사적 공간에서 발생한 사건이라 하더라도, 선·후임이나 기존 거주자 사이의 관계상 우위가 작용했다면 근로기준법 제76조의2가 규정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다. 피해 근로자는 녹음 파일과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회사에 기숙사 분리 배정과 같은 피해자 보호 조치를 공식 요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