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고 남겨진 빚을 처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어린 자녀의 상속 문제는 큰 혼란을 부른다. 미성년 자녀의 법률행위는 친권자가 대리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법원에서 '특별대리인을 선임하라'는 안내를 받으면 절차가 복잡해져 법정 기한을 놓치기 쉽다.

민법 제921조는 친권자와 미성년 자녀 사이에 이해가 상반되는 행위를 할 때 친권자의 대리권을 제한하고 법원이 선임한 특별대리인을 통하도록 규정한다. 다만 부모와 미성년 자녀가 모두 상속을 포기하는 상황이라면 특별대리인을 따로 선임하지 않아도 된다.

대법원은 친권자가 스스로 상속을 포기하면서 미성년 자녀 전원을 대리해 상속을 포기하는 행위는 친권자와 자녀 사이에 이해의 대립이 생기지 않아 이해상반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88다카28044). 부모와 자녀가 같은 지위에서 상속 포기라는 동일한 법률 효과를 선택하기 때문이다.

생존 부모가 한정승인을 하고 미성년 자녀만 상속을 포기하는 구조라면 사정이 달라진다. 부모가 상속 채무를 떠안고 자녀는 상속에서 완전히 배제되는 행위는 외형상 이해가 충돌할 수 있어 반드시 가정법원에 특별대리인 선임을 청구해야 한다. 상속재산 분할협의 역시 상속인 사이에 이해가 엇갈릴 우려가 있어 미성년 자녀마다 각각 별도의 특별대리인을 세워야 하며, 이를 어긴 협의는 무효가 된다(92다18481).

특별대리인 선임이 필요한 경우 관할 법원의 차이도 살펴야 한다. 가사소송법 제44조에 따라 상속포기 신고는 숨진 피상속인의 상속 개시지(최후 주소지) 관할 가정법원에 제출해야 하지만, 친권에 관한 특별대리인 선임 청구는 사건본인인 미성년 자녀의 주소지 관할 가정법원이 담당한다. 고인과 미성년 자녀의 주소지가 다르다면 두 사건을 서로 다른 법원에 접수해야 한다.

실무상 가장 유의할 대목은 민법 제1019조 제1항이 정한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부터 3개월'이라는 제척기간이다. 특별대리인 선임 심판을 기다리느라 3개월을 넘기면 단순승인으로 간주돼 고인의 채무가 그대로 대물림될 위험이 있다.

2022년 12월 13일 개정·시행된 민법 제1019조 제4항에 따라 미성년자가 부모의 단순승인 등으로 채무를 떠안았더라도 성년이 된 날부터 3개월 내에 한정승인을 신청할 수 있는 구제 길이 열렸다. 하지만 상속 개시 초기부터 부모와 자녀의 상속 형태를 명확히 정하고 관할 법원에 제때 신고하는 것이 불필요한 분쟁을 막는 최선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