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자가 건설공제조합 출자증권 압류명령을 받았더라도 집행관에게 집행위임을 하지 않고 장기간 방치했다면 소멸시효 중단 효력이 압류 신청 시점으로 소급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의 압류명령만 믿고 후속 절차를 밟지 않은 채 시효 기간을 넘기면 채권 자체가 소멸할 수 있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낸 청구이의 소송에서 강제집행이 이미 끝난 7,500만 원 부분을 각하하고 나머지 부분에 관한 피고의 상고를 기각했다(2025다217590). 선고일은 2026년 9월 23일이다.
사실관계
피고는 2013년 8월 12일 한 회사에 돈을 빌려주며 공정증서를 작성했고, 원고는 이 대여금 채무를 연대보증했다. 대여금 채권의 변제기는 2013년 11월 12일이었다. 피고는 2015년 4월 23일 공정증서에 기해 회사 소유 건설공제조합 출자증권 압류명령을 신청해 결정을 받았다.
하지만 피고는 압류명령을 받은 뒤 곧바로 집행관에게 집행을 위임하지 않았다. 9년이 지난 2024년 6월에야 집행관에게 점유집행을 위임했고, 집행관은 2024년 6월 26일 출자증권을 점유했다. 연대보증인 원고는 집행관이 출자증권을 점유한 시점에는 이미 상사 소멸시효 5년이 지나 채무가 소멸했다며 강제집행 불허를 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원심 판단
원심은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건설산업기본법과 민사집행법상 출자증권 압류는 집행관이 증권을 점유해야 효력이 발생한다. 점유가 이뤄진 2024년 6월 26일은 대여금 채권 변제기는 물론 압류명령 신청일로부터도 5년의 상사소멸시효가 지난 뒤여서 시효중단 효력이 없다고 봤다.
대법원 판단
대법원 역시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민법 제168조 제2호에 따라 강제집행을 신청하면 신청 시점으로 소급해 시효가 중단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출자증권처럼 집행관 점유가 필요한 사건에서 장기간 위임을 미룬 경우에는 예외가 적용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채권자가 법원으로부터 압류명령을 고지받아 집행관에게 집행을 위임할 수 있었던 때부터 집행채권의 본래 소멸시효가 완성될 때까지는 물론, 그로부터도 오랜 기간 별도의 집행위임을 하지 않았다면 소멸시효 중단의 효력을 부여할 만큼 채권자가 권리를 충분히 행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오랫동안 집행위임을 하지 않고 있음에도 향후 집행관이 점유하기만 하면 압류 신청 시로 소급해 시효가 중단된다고 본다면 불안정한 법률 상태를 장기간 존속시키고 소멸시효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해진다"며 "압류명령 직후 집행을 위임했으나 동산이 없어 집행불능된 채권자보다 집행을 미룬 채권자가 더 유리해지는 불균형도 초래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법원은 전체 채무 중 이미 집행관 점유 등으로 강제집행 절차가 끝난 7,500만 원 부분은 청구이의의 소로 불허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사라졌다는 이유로 원심을 깨고 직접 소를 각하했다.
이번 판결에 따라 출자증권이나 어음 등 집행관의 실물 점유가 효력발생요건인 유가증권을 압류하는 채권자는 법원 결정문을 받은 직후 지체 없이 집행관에게 집행위임을 마쳐야 소멸시효 중단 효력을 온전히 보호받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