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된 뒤 같은 공간에 머무는 것조차 고통스러워 경찰에 즉각적인 접근금지를 요청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직접적인 폭행이나 협박이 따르지 않는 단순 부정행위만으로는 경찰 단계에서 현장 퇴거 요구나 긴급임시조치를 끌어내기 어렵다는 것이 법조계의 설명이다.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8조의2는 폭력 재발 우려와 긴급성이 인정될 때 사법경찰관이 직권 또는 신청으로 주거지 격리나 100미터 이내 접근금지 조치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반면 2015년 간통죄 폐지 이후 배우자의 부정행위 자체는 형사범죄가 아닌 민사상 불법행위로 다뤄진다. 물리적 폭력이나 협박 없이 외도 사실만 있는 상황에서는 경찰이 형사 절차로 개입하기 어렵다.

송명호 변호사는 "배우자의 단순 외도나 뻔뻔한 태도 자체만으로는 경찰 단계에서 즉시 긴급임시조치나 접근금지 명령을 받기가 어렵다"며 "경찰을 통한 긴급 접근금지는 폭행, 협박, 폭언 등 직접적인 가정폭력 범죄 행위가 수반되어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이 위험성을 인지해야 발령된다"고 설명했다.

폭력 행위가 없더라도 법적 접근금지 조치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법원에 민사상 접근금지 가처분을 내거나, 이혼 소송을 제기하면서 가사소송법 제62조 제1항에 따른 사전처분을 신청해 접근금지와 퇴거를 구할 수 있다. 가사소송법 제67조 제1항은 정당한 이유 없이 사전처분을 위반하면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규정한다.

다만 법원 결정이 나오기까지 일정 기간 심리가 필요하므로 당일 즉시 상대를 주거지에서 내보내기는 쉽지 않다. 송 변호사는 "폭력 행위가 없더라도 법원을 통해 접근금지 가처분을 신청하는 방법은 가능하지만 결정을 받기까지 일정 시간이 소요되므로 당일 즉각적인 퇴거 조치는 쉽지 않을 수 있다"며 "상대방과의 동거 유지가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유발한다는 점을 소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극심한 갈등 상황에서는 감정적 충돌을 피해 물리적 공간을 먼저 분리하고 객관적 증거를 확보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화 녹음이나 메신저 내역, 금융거래 기록 등은 민법 제840조 제1호에 따른 재판상 이혼 청구뿐 아니라 위자료 산정과 재산분할 다툼에서 핵심 자료로 쓰이기 때문이다.